현대자동차 노사가 11년 만에 임금(기본급)을 동결하고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무파업으로 임금협상을 타결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위기 극복을 위해선 노사가 힘을 합쳐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는 분석이다. 특히 생산직 중장년 근로자가 대거 임금 동결에 찬성한 것으로 나타나 다른 완성차업체는 물론 산업계 전반에 큰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현대차 노조가 임금 동결을 선택한 것은 코로나19로 인한 위기감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현대차의 상반기 영업이익은 지난해보다 29.5%(6085억원) 줄었다. 1~8월 차량 판매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21.4%(61만1026대) 감소했다. 이에 따라 ‘일자리부터 지키자’는 공감대가 형성됐다는 분석이다.
미국 GM, 프랑스 르노, 독일 BMW 등 글로벌 완성차업체들이 잇따라 수만 명씩 인력 감축에 나선 점도 영향을 미쳤다. 현대차 노사는 올해 교섭에서 국내 생산물량 연간 174만 대 이상 유지, 재직자 고용 안정 등을 위해 노력한다는 데 합의했다.
앞서 비집행부 노조원 일부가 기본급 동결에 불만을 품고 부결 운동을 벌였지만 오히려 울산공장 등 현장 근로자 상당수가 임금동결을 받아들였다. 전체 찬성률은 약 53%였지만 울산과 아산, 전주공장 노조원의 찬성률은 60%를 훌쩍 넘은 것으로 알려졌다. 수년간 반복돼온 노사 교섭 장기화의 피로감이 반영된 것이란 해석도 나온다. 합의안을 부결시켜도 조합원들로선 더 얻을 게 없다는 현실적 계산이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완성차업계에서 가장 난항이 예상되는 곳은 한국GM이다. 노조 집행부가 이달 초 실시한 쟁의행위 찬반투표에서 조합원 80%가 찬성한 데 이어 중앙노동위원회가 노사 간 쟁의 조정을 중지하면서 파업 등 쟁의권을 확보했다. 한국GM 노조는 사측이 성과급 등을 더 인상하지 않으면 파업까지 벌이겠다는 방침이다.
현대중공업 노사는 올해는커녕 작년 임금협상도 마무리 짓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5월 물적분할 과정에서 발생한 조합원 1400여 명 징계 문제와 손해배상 소송 등을 놓고 줄다리기 중이다. 지난해 5월 시작한 협상이 1년4개월 넘게 마무리되지 않고 있는 가운데 노조는 23일 부분 파업을 벌이는 등 파행이 이어지고 있다.
김일규 기자 black0419@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