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에서 웃는 공정위 '전관'들

입력 2020-09-27 17:27   수정 2020-09-28 0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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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여당이 공정거래법 등 기업 규제를 대폭 강화하는 법 개정안을 밀어붙이면서 공정거래위원회 출신 ‘전관’들의 몸값이 높아지고 있다. 기업의 영입 수요가 늘고 있는 데 따른 것으로 법적 문제는 없지만 규제를 강화해 자신들의 퇴직 이후를 보장받는다는 점에서 ‘이해 상충’이라는 비판이 일고 있다.

27일 정부 부처 및 경제계에 따르면 기업들은 최근 퇴직공직자 취업제한 기간(3년)이 끝나는 공정위 출신 전관들을 대상으로 취업 의사를 타진하고 있다. 한 대기업 대관 담당자는 “공정거래법이 개정되면 기업들이 각종 소송에 휘말릴 가능성이 더 커진다”며 “아무래도 공정위 출신들의 도움을 찾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관련 분야의 최고 전문가들로 전문적인 조언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공정위와의 원활한 접촉을 위해서나 향후 소송 과정에서 도움을 받기 위해 공정위 전관을 사외이사로 들이기도 한다는 설명이다.

이미 공정위 출신들은 주요 대기업의 사외이사로 포진해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반기보고서를 제출한 상장사 가운데 38곳이 공정위 위원장, 부위원장, 상임위원, 사무처장 출신 등 전직 관료를 사외이사로 두고 있다.

공정거래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일감 몰아주기 규제 대상에 새로 포함되는 현대글로비스는 이동훈 전 사무처장이 사외이사로 일하고 있다. 현대자동차도 이동규 전 사무처장이 사외이사로 재직 중이다. 백용호 전 위원장(LG전자), 김동수 전 위원장(두산중공업), 노대래 전 위원장(헬릭스미스), 정호열 전 위원장(제이에스코퍼레이션)도 사외이사로 이름을 올리고 있다.

공정거래법, 상법 개정안이 지난 20대 국회에서부터 논의된 만큼 기업들이 일찌감치 공정위 출신 고위 관료를 영입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법 통과 이후 발생할 수 있는 각종 고발에 대비하고, 공정위 조사에 미리 대응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일각에선 그러나 전관들이 공정위에서 칼을 휘두르고, 그 덕분에 몸값을 높이는 것이 적절하냐는 지적도 나온다.

김일규 기자 black041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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