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달前 이석기 석방 차량시위 허용…개천절 차량시위는 '불법'

입력 2020-09-28 09:36   수정 2020-09-28 09:38


코로나19(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확산을 우려해 개천절 차량시위를 불허한 경찰이 불과 두 달 전 '이석기 석방 차량시위'는 허용한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일고 있다.

앞서 25일 김창룡 경찰청장은 개천절 집회 참석 운전자에 대해 체포·면허정지·취소 등을 할 것이라 예고했다. 정세균 국무총리도 27일 "집회 참여자는 현장에서 즉시 검거하고, 운전면허 정지 등 무관용 원칙으로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지난 7월25일 이석기 전 의원의 석방을 요구하는 시위대는 주최측 추산 차량 2500여대로 차량시위를 개최했었다. 이들은 서울 서초구 염곡IC에서 세곡동사거리까지 약 5㎞구간을 시속 10~20㎞속도로 이동했다. 당시도 코로나19 감염이 이어지는 시기였다.

차량시위 참여자에 대해 면허정지 조치를 하는 것에 대해서는 현직 판사조차 "법적 근거가 없다"며 우려를 나타냈다.

김태규 부산지법 부장판사(53·사법연수원 28기)는 26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도로교통법 93조의 운전면허 취소조항에 차량시위가 취소 사유가 된다는 직접적 규정은 보이지 않는다" 고 지적했다.

김 부장판사는 "국민의 공복이 감히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할 때는 신중하고 진지한 모습을 보여야 한다. 그것이 공무원의 의무이고 태도"라며 "이런 모든 절차를 생략하고 차를 타고 모이기만 하면 면허를 취소하겠다고 말한다면 국민에 대한 협박으로 오해될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모든 법을 아는 것은 아니니 아무래도 경찰청장으로부터 정확한 해당 법률조항과 법리에 대해서 배울 수 있었으면 좋겠다"며 "국민의 기본권에 대한 심대한 침해를 우려함이지, 해당 집회에 대한 입장은 없다"고 덧붙였다.

차량시위에 대해서는 이재명 경기지사도 "방역에 방해가 되지 않는 범위 내의 정치적 표현이라면 허용해야 한다"라고 밝힌 바 있다.

이재명 지사는 한 인터뷰에서 "이웃에 감염시킬 염려가 없는 거라면, 차 1대에 빼곡하게 꽉꽉 채워 타고 다니는 이런 게 아니라면 소위 과거에 차량시위라고 하는 게 있지 않았냐"라며 "그게 현행법 어디에 저촉되는지 모르겠는데 그건 경찰의 소관이고 방역 당국인 제 입장에서는 방역에 방해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정치적 표현이라면 저는 '허용해야 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석기 전 의원은 전쟁 발발 시 북한에 동조해 통신·유류·철도·가스 등 국가 기간 시설을 타격하는 방안을 논의한 혐의 등으로 2013년 구속돼 징역 9년형을 선고받았다.

김명일 한경닷컴 기자 mi737@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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