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서울 아파트 청약시장에서 평균 경쟁률이 역대 최고치로 조사됐다. 가점도 치솟고 만점 당첨자까지 나왔다. 30대는 당첨되기 어려운 조건이 되면서, 청약으로 내 집을 마련하기 보다는 영끌(영혼까지 대출을 끌어모아 집을 산다는 뜻의 신조어)로 기존의 주택을 사게 된 배경이 됐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올해 9월까지 서울의 아파트 평균 청약경쟁률은 68대 1을 기록했다. 조사가 시작된 2002년 이후 가장 높은 경쟁률을 나타냈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분양가 통제로 시세대비 낮은 가격에 공급되는 아파트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진 탓이다.
지난 8월 수색증산뉴타운(재정비촉진지구)에서 분양된 ‘DMC SK뷰 아이파크 포레’의 경우 10개 주택형 가운데 3개가 1000대 1이 넘는 경쟁률을 보였다.
청약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당첨가점도 고공 행진이다. 올해 9월까지 청약접수를 받은 서울 민간분양 아파트 일반공급 6148가구의 당첨가점 평균을 구간별로 분석한 결과, 60점 초과 70점 이하 구간의 가구수가 3500가구(56.9%)로 가장 많았다. 가점평균 50점 초과 60점 이하로 당첨된 2144가구(34.9%)와 합하면 전체 일반공급 물량의 90% 이상이 평균 50점 초과 70점 이하 가점자에게 돌아간 셈이다.
작년 같은 기간 서울에서 접수를 받은 일반공급 7514가구 가운데 가점평균 50점 초과 70점 이하 구간 당첨 가구수가 4289가구(57.1%)에 불과했던 것과 비교할 때, 올 들어 당첨 안정권에 드는 청약가점이 상당히 높아진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로 재건축 규제와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등으로 주택 공급 감소가 예상되는 강남3구의 경우, 가점 커트라인이 46점으로 작년 25점에 비해 높아졌다. 만점 당첨자가 없었던 작년과 달리 올해는 동작구 흑석리버파크자이, 양천구 신목동파라곤 2개 단지의 분양가 9억원 이하 주택형에서 만점통장(84점)이 등장했다.
9월까지는 분양승인을 서둘러 받아 상한제를 적용 받은 아파트가 없었다. 하지만 이후 분양가상한제 주택이 공급될 경우 분양가는 점차 낮아질 가능성이 있다. 그만큼 가점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당첨가점이 높아짐에 따라 30대 수요자들이 청약으로 서울에서 내 집 마련을 기대하기 어려워진 상황이다. 부양가족 점수는 논외로 하더라도 무주택기간과 청약통장 가입기간 만점을 받으려면 15년 이상이 필요한데, 30대는 가점을 쌓을 시간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30대 중 최고령인 39세가 4인 가구를 가졌다고 가정할 때, 받을 수 있는 최대 청약 점수는 57점이다.
여경희 부동산114 수석연구원은 "민영주택에도 생애최초 특별공급이 도입될 예정이나, 일반공급 물량 자체가 귀한 서울의 청약시장 진입장벽은 여전히 높다"며 "서울에 비해 경쟁이 상대적으로 낮을 것으로 예상되는 3기신도시 사전청약이 내 집 마련의 틈새시장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하나 한경닷컴 기자 han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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