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땐 촛불, 교수 비리엔 입 닫나" 친문 비난했는데…고대 총학 '유감' 표명

입력 2020-09-28 15:45   수정 2020-09-28 17:34


일부 친문(친문재인) 성향 누리꾼들이 최근 '고려대 교수 연구비 횡령 사건'에 고려대 학생들이 별다른 반응이 없다며 비난을 퍼부었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딸 조민 씨 입학과 관련해 지난해 촛불 시위를 벌인 고대생들의 '선택적 분노'라는 비아냥인 셈이다.

하지만 고려대 총학생회가 지난 27일 자교 교수들에 대한 성명을 내고 "고려대의 이름에 부끄러운 역사가 되었다"고 비판했다.


앞서 친문 성향 누리꾼들은 고려대 학생들 촛불집회 왜 안 하나" "조국 가족과 형평 차원에서 폐교가 마땅하다" "조국 깔 때는 눈알 뒤집고 난리치더니 룸싸롱 같이 갔냐"는 등 고대생들을 향해 원색적 비난을 퍼붓도 이어졌다.

그러나 사건이 알려진 이후 정작 고대생들 사이에선 이번 사건에 대해 분노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었다.

고려대 커뮤니티 '고파스'에서는 '대단하다 K-대학!' '학교는 사과 같은 거 안하나요?' '고려대 교수들, 강남 위장 유흥업소서 연구비 7천여만원 탕진' 등 제목의 게시물들이 '핫(HOT) 게시물' 카테고리에 게재되며 높은 조회수를 기록하고 있다.

학교 망신이라는 댓글도 즐비했다. 한 작성자는 "이런 교수들이 고려대 교원이라는 것이 역겹고 이런 사람들 밑에서 학문을 배운다는 것이 부끄럽다"며 "더 이상 '민족 고대' 칭호를 쓸 자격도, 4·18 정신을 부르짖고, 교훈의 '정의'를 당당히 외칠 자격도 없다"고 썼다.

총학생회도 나섰다. 고려대 총학생회 중앙비상대책위원회는 지난 27일 성명을 통해 "학교 본부에 깊은 유감을 표한다"며 최근 고려대 종합감사 결과에 대한 학교 사과와 재발방지책을 요구했다.

비대위는 "고려대는 행동하는 지성인으로서 시대 정신에 앞장서 왔다"며 "이번 사태로 고려대의 이름에 부끄러운 역사가 됐다"고 지적했다.

앞서 고려대는 1905년 개교 이후 처음 받은 교육부 종합감사에서 일부 교수가 유흥주점에서 법인카드를 사용하고 전별금을 부당하게 집행한 사례 등이 적발됐다. 입시와 채용 과정에서의 부적절한 사례도 드러났다.
고려대 총학생회 비상대책위원회 성명 전문
<svg version="1.1" xmlns="http://www.w3.org/2000/svg" xmlns:xlink="http://www.w3.org/1999/xlink" x="0" y="0" viewBox="0 0 27.4 20" class="svg-quote" xml:space="preserve" style="fill:#666; display:block; width:28px; height:20px; margin-bottom:10px"><path class="st0" d="M0,12.9C0,0.2,12.4,0,12.4,0C6.7,3.2,7.8,6.2,7.5,8.5c2.8,0.4,5,2.9,5,5.9c0,3.6-2.9,5.7-5.9,5.7 C3.2,20,0,17.4,0,12.9z M14.8,12.9C14.8,0.2,27.2,0,27.2,0c-5.7,3.2-4.6,6.2-4.8,8.5c2.8,0.4,5,2.9,5,5.9c0,3.6-2.9,5.7-5.9,5.7 C18,20,14.8,17.4,14.8,12.9z"></path></svg>고려대학교 총학생회 비상대책위원회 성명

지난 24일 교육부는 학교법인 고려중앙학원 및 고려대학교 종합감사 결과를 발표하였다. 감사결과 총 38건의 지적 사항이 밝혀졌다. 이 중 일부는 직접적으로 학생들과 연관이 되어있는 중대한 사항이다. 이에 고려대학교 총학생회 중앙비상대책위원회는 종합감사 결과에 있어 고려대학교 본부에 깊은 유감을 표한다.

본부는 항상 자금 부족의 논리로 학생들의 외침을 묵살해왔다. 본교는 고질적 공간 문제, 열악한 실험실습환경, 부족한 강의 등을 비롯한 고려대학교에 산적한 문제들을 자금 부족을 이유로 해결하지 않았다. 그러나 ‘산학협력단 부담 비용 교비회계 집행’ ‘등록금회계 이월금 관리 부적정’ ‘전별금 집행 부담’ ‘법인카드 사용 부담’ 등의 지적 사항은 고려대학교의 방만한 재정 운용의 민낯을 보여주며, 결국 문제 해결의 걸림돌이 자금 부족이 아니었음을 여실히 드러내었다.

지난해 우리는 과정의 공정이 무너진 것에 대해 분노했다. 학우들은 자유·정의·진리를 교육 이념으로 삼는 고려대에서 결과의 정의가 무너졌던 것에 대해 누구보다도 엄중히 인식했다. 그런데 본교는 과정의 공정을 심각히 해할 수 있는 '교수-자녀 간 강의수강'에 대해 신고 제도를 엄격히 운용하지 않았다. 심지어 2019학년도 내용으로 지적된 사항은 우리가 들었던 촛불이 본교의 교원들에게 어떤 의미로 다가갔는지를 방증하였다. 공정을 최우선의 화두로 생각하는 젊은 고대생들의 눈높이에 부합하지 않는 본교의 윤리 의식은 제고되어야 할 것이다.

고려대학교는 행동하는 지성인으로서 시대정신에 앞장서왔다. 그러나 본교는 위에서 언급한 내용을 포함하여 이미 지적받은 사항에 대한 징계를 이행하지 않거나 회계 감사 이후에도 부적절한 교비 집행을 개선하지 않으며 학교를 비윤리적으로 운영하는 행태를 보였다. 이번 사태는 고려대학교의 정신에 반하는 일로 고려대학교의 이름에 부끄러운 역사가 되었다.

이에 총학생회 중앙비상대책위원회는 아래의 사항을 본부에 촉구한다.

하나, 고려대학교 본부는 지적받은 사항에 대한 조치를 충실히 이행하라
하나, 고려대학교 본부는 감사를 통해 밝혀진 문제에 대해 구성원에게 사과하라
하나, 고려대학교 본부는 감사에서 밝혀진 문제의 경위를 충분히 설명하라
하나, 고려대학교 본부는 구성원과 숙의하여 재발방지대책을 마련하라

고려대학교 총학생회 중앙비상대책위원회

신현아 한경닷컴 기자 sha011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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