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확산 여파로 기업들의 체감 경기가 회복되지 않고 있다.
한국경제연구원은 28일 "10월 기업경기실사지수(BSI) 전망치가 9월(83.5) 대비 1.1포인트 상승한 84.6을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BSI가 100 이하면 경기를 부정적으로 보는 기업이 많다는 의미이고, 100 이상이면 긍정적으로 보는 기업이 많다는 뜻이다. 한경연의 BSI 조사는 매출액 기준 상위 600개 기업을 대상으로 지난 15∼22일 진행됐고 응답 업체는 358개사, 회수율은 59.7%다.
월간 BSI 상승폭은 8월(7.9포인트), 9월(1.9포인트)에 비해 줄었다. 회복세가 점점 둔화할 것으로 전망된다는 의미다. 10월 부문별 전망치는 내수(89.6), 수출(90.2), 투자(89.4), 자금(91.6), 고용(92.4), 채산성(91.9) 등 전 부문에서 기준선 미만을 기록했다. 한경연은 국내외 코로나19 재확산에 따라 수요 둔화와 생산 차질이 빚어지면서 내수와 수출 부진에 대한 기업 우려가 커졌다고 설명했다.
업종별론 비제조업 전망은 86.2로 전월 대비 2.9포인트 상승했다. 제조업 전망은 0.2포인트 떨어지며 83.4를 기록했다. 자동차(61.1), 기계(85.7), 석유화학(84.6) 등 기간산업의 전망치는 전월 대비 10포인트 넘게 떨어졌다. 반도체가 포함된 전자·통신장비(71.4)도 전월에 이어 2개월 연속 하락세를 나타냈다. 추광호 한경연 경제정책실장은 "지난 4월 이후 회복세를 보이던 주력 제조업이 코로나19 재확산으로 다시 위기에 처했다"며 "국내 경제에 미치는 부정적 파급효과가 적지 않을 전망"이라고 말했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전국 2300여개 제조업체를 대상으로 조사한 4분기 BSI도 크게 다르지 않다. 대한상의는 이날 "4분기 BSI가 전 분기보다 3포인트 상승한 58을 나타냈다"고 발표했다. 1분기 75였던 BSI는 코로나19 영향이 반영되기 시작한 2분기 57을 기록했다. 3분기엔 55, 4분기 58을 나타내며 세 분기 연속 50대에 머물있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있었던 2009년 1분기 BSI는 55였고 외환위기 때인 1998년 3분기에는 61을 기록했다. 대한상의는 "국내외에서 코로나19가 재확산하고 유럽지역 등은 재봉쇄 움직임을 보이면서 기업들의 불안감이 가시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4분기 BSI는 모든 업종에서 기준치를 밑돌았다. 코로나19 장기화로 상반기 발주량이 작년보다 60% 가까이 감소한 조선·부품(34)과 철광석 가격 상승으로 수익성이 악화된 철강(48)의 체감 경기가 부진했다. 방역에 대한 기대감으로 수출이 증가한 제약(80), 의료정밀(70)부문은 다른 업종보다 BSI가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났다.
지역별론 전국 모든 지역에서 BSI가 100에 못 미쳤다. 조선·철강 업체들이 밀집한 경남(53)·전남(52) 지역이 가장 낮았다.
기업들은 올해 실적과 경제성장률이 목표에 달성하지 못할 것으로 전망했다. 올해 영업이익이 연초 계획 목표치를 미달할 것으로 예상하는 기업이 74%였다. 목표치를 달성하거나 근접할 것이라는 기업은 24%, 초과 달성할 것이라는 기업은 2%에 그쳤다.
올해 성장률 전망은 '-2% 미만'이 36.2%로 가장 많았고 '-2~-1.5%'가 33.3%였다. '플러스 성장'은 1.2%에 그쳤다. 기업 42.6%가 연초부터 코로나 비상경영을 유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문태 대한상의 경제정책팀장은 "코로나 장기화로 생존의 한계에 몰리는 기업이 늘고 있다"며 "법제도 전반을 대대적으로 혁신하는 등 산업 전반의 역동성 회복에 속도를 내야 한다"고 말했다.
황정수 기자 hj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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