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감 시빗거리 해소"…한은, 골프장 회원권 정리한다

입력 2020-10-03 09:48   수정 2020-10-03 18:38


한국은행이 보유하고 있는 전국 5개 골프장의 회원권 총 7구좌 중 5구좌를 연내 매각하기로 했다. 국정감사 때마다 국회의원들로부터 "한은이 골프장 회원권을 갖고 있을 필요가 있느냐"는 비판을 받았던 '단골 지적 사항'을 올해 해소하겠다는 취지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3일 "5개 골프장의 회원권 7구좌 중 5구좌를 올 하반기 중 매각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한은 임직원들의 골프 회원권 이용 사례는 거의 없지만 대외협력 필요성이 있을 수 있어 2구좌는 남겨둘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국회 국정감사 자료 등에 따르면 한은은 현재 본부에서 2개 골프장의 4구좌, 지역본부에서 1개 골프장의 1구좌, 홍콩 해외사무소에서 2구좌 등 총 7구좌의 골프장 회원을 갖고 있다. 구체적으로 본부는 경기도 이천 소재 비에이비스타CC 회원권 2구좌, 경기도 가평 소재 크리스탈밸리CC 회원권 2구좌를 보유하고 있다. 지역본부는 제주 오라CC 회원권 1구좌를 소유하고 있다. 이들 회원권의 가치는 취득가격 기준으로 총 36억3500만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한은 관계자는 "이들 7구좌 회원권 중 구체적으로 어디를 보유하고 어디를 팔 지에 대해선 구체적으로 밝힐 수 없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금융권에선 "대외협력 필요성을 고려할 때 수도권 2구좌를 남기고 나머지는 모두 파는 방안, 또는 수도권 1구좌와 지방 1구좌를 남기고 나머지를 파는 방안 중 하나가 아니겠느냐"는 추측이 나오고 있다.

한은이 골프 회원권을 보유한 것은 2010년 이후 국회 국정감사 때마다 꾸준히 논란이 돼 왔다. 한은은 "업무협조 도모, 정책홍보, 정보취득 등의 목적으로 골프장 회원권을 이용하고 있다"고 설명했지만, 국회의원들은 "한은이 업무협조와 정책홍보를 골프장까지 가서 한다는 것을 이해할 국민이 어디 있냐", "사실상 한은 고위층에 특혜를 주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을 했다.

복수의 한은 관계자들에 따르면, 한은 임직원들은 이명박 정부 때까진 비교적 활발하게 골프를 쳤다고 한다. 하지만 박근혜 정부 출범 직후엔 골프를 크게 줄였다는 설명이다. 2013년 7월 청와대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비서관들이 '접대 목적이 아니라면 공직자들도 휴일에 골프를 쳐도 되는 것 아니냐'고 건의하자 박근혜 대통령이 "제가 골프를 치라 마라 한 적이 없습니다. 그런데 바쁘셔서 그럴(골프를 칠) 시간이 있겠어요?”라고 물었던 게 계기가 됐다. 이런 대통령 발언 이후 사실상 공무원 사회에 '골프 금지령'이 내려졌기 때문이다. 한은 임직원들이 공무원은 아니지만 공직자 골프 금지령에 적극 보조를 맞추자는 분위기가 자연스럽게 형성됐다는 것이다.

이후 2016년 10월 이른바 '김영란법'마저 시행되자 한은은 사실상 골프 회용권 이용을 중단했다. 그러자 2017년 이후 국감에선 국회의원들이 "사용하지도 않는 골프 회원권을 왜 보유하고 있느냐"며 한은을 다시 비판했다. 이렇게 장기간 국감 지적을 받자 한은은 급기야 이번에 골프 회원권을 대부분 매각하기로 결정했다.

한은이 공시한 '2019년 대차대조표'를 보면 한은은 골프회원권을 투자자산에 속하는 '제가입권'이란 계정과목으로 회계처리를 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한은은 작년말 현재 '제가입권' 명목으로 75억6800만원을 보유하고 있다.

이번에 골프회원권 7구좌 중 5구좌를 팔더라도 절반 혹은 그 이상의 '제가입권'은 여전히 남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상열/김익환 기자 mustaf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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