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가 네이버와 구글, 쿠팡, 배달의 민족 등 온라인 플랫폼의 이른바 '갑질' 규제를 강화하기로 했다. 이들이 입점업체에 갑질을 했다고 판명될 경우 위반액의 두 배에 달하는 과징금을 물도록 했다.
입점업체와 계약을 맺을 때는 제품 판매 과정에서 발생하는 손해에 대한 분담 기준 등을 반드시 명시해야 하며, 계약 내용을 변경하려면 최소 15일, 서비스 일부를 중지하면 7일 전에 통보해야 한다.
이처럼 공정위가 네이버, 쿠팡, 배달의 민족 등 거대 온라인 플랫폼 규제안을 마련한 이유는 크게 2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로 비대면 온라인 거래가 급증하면서 이들 플랫폼 영향력이 더 막강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럴 수록 중소 입점업체는 플랫폼 정책 및 요구에 더 좌지우지될 수 밖에 없다. 더 잔인한 약육강식의 온라인 환경으로 빠져들 수 있다는 당국의 우려가 깔려 있는 셈이다.
공정위는 제정안을 추진하게된 배경에 대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비대면 거래가 급증하고 시장 집중 가속화에 따라 온라인 플랫폼 분야에서 불공정거래가 현실화되고 있다"며 "공정거래와 상생협력의 기반을 마련할 필요가 제기됨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법 적용대상은 오픈마켓, 배달앱, 앱마켓, 숙박앱, 승차중개앱, 가격비교사이트, 부동산?중고차 등 정보제공서비스, 검색광고서비스 등이다. 규모 요건은 매출액(100억원 이내에서 업종별로 별도 결정) 또는 중개거래금액(1000억원 이내에서 업종별로 별도 결정)을 기준으로 정한다. 해외 기업이라도 한국 입점업체와 소비자 간 거래를 중개한다면 법 적용 대상이다.
앞으로 플랫폼 사업자는 입점업체에 계약서를 반드시 교부하고, 주요 항목을 계약서에 의무 명시(필수기재사항)해야 한다. 필수기재사항으로는 입점업체가 다른 온라인 플랫폼에도 입점하는 것을 제한하는지 여부, 판매 과정에서 발생한 손해 분담에 대한 기준, 온라인상에서 상품이나 서비스가 어떤 순서로 노출되는지 등을 밝히게 했다. 다만 노출 순서에 관한 알고리즘은 기재하지 않아도 된다.
온라인 플랫폼은 거래상 지위를 남용해 불공정행위도 할 수 없게 된다. 경제상 이익을 제공하도록 입점업체에 강요하거나 거래 과정에서 발생한 손해를 부당하게 전가하는 행위, 부당하게 입점업체에 불이익이 가도록 거래조건을 바꾸는 행위가 금지된다.
또 입점업체가 살 의사가 없는 제품을 사도록 강제하거나 입점업체의 경영활동을 간섭하는 행위도 금지된다. 피해업체가 분쟁 조정이나 공정위 신고, 서면실태조사에 응했을 때 불이익을 주는 등 보복 조치도 안된다.
공정위는 플랫폼 사업자가 법을 위반했을 때 시정명령을 내렸는데도 이행하지 않거나 보복했을 경우 위반 금액의 2배(최대 10억원)에 달하는 과징금을 물도록 했다. 다만 금지 행위 중 보복 조치, 시정명령 불이행 등에 대해서만 형벌(검찰 고발)을 부과해 신산업 분야 혁신이 저해되지 않도록 했다.
플랫폼 입점업체는 소송을 통한 피해구제가 어려운 소상공인이 많다는 점을 고려해 '동의의결제'를 도입, 이들의 피해를 신속히 구제하기로 했다. 동의의결은 사업자가 제시한 시정방안을 공정위가 인정하면, 법 위반 여부를 따지지 않고 사건을 종결하는 제도다.
플랫폼과 입점업체 사이 분쟁을 예방하고 해결할 수 있는 조치도 개정안에 담겼다. 공정거래조정원에 분쟁조정협의회를 설치해 업체들 사이 분쟁을 해결하게끔 한 것이다. 또 온라인 플랫폼 업계에서 표준계약서가 도입될 수 있게 하고 상생협약도 지원한다.
조성욱 공정위원장은 "법안 마련과정에서 12차례에 걸친 입점업체, 사업자 간담회를 실시하고 양측 의견을 폭넓게 수렴했다"며 "플랫폼 분야의 불공정한 거래 관행을 실효성 있게 개선하면서도, 산업의 혁신 저해를 방지하기 위한 고민의 결과물"이라고 말했다.
공정위는 입법예고 기간 플랫폼 사업자와 입점업체 등 이해관계자, 관계부처의 의견을 수렴하고 규제·법제 심사, 차관·국무회의를 거쳐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다.
채선희 한경닷컴 기자 csun00@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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