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북한이 우리나라 공무원을 사살하고 시신을 불태운 사건과 관련해 처음으로 공식사과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28일 청와대 여민1관 3층 영상회의실에서 수석·보좌관회의를 주재하고 “국민들이 받은 충격과 분노도 충분히 짐작하고 남는다”라며 “이유여하를 불문하고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켜야하는 정부로서는 대단히 송구한 마음”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번 사건에서 가장 아쉽게 부각되는 것은 남북간의 군사통신선이 막혀 있는 현실”이라며 “긴급히 남북간의 군사통신선을 통해 연락과 소통이 이뤄져야 우발적인 군사충돌이나 돌발적인 사건 사고를 막을 수 있고, 남북의 국민이나 선박이 해상에서 표류할 경우에도 구조 협력을 원활히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문 대통령은 “사실 관계를 규명하고 재발방지를 위한 실질적 방안을 마련하는 것은 남북 모두에게 절실히 필요한 일”이라며 “비극적 사건이 사건으로만 끝나지 않도록 대화와 협력의 기회를 만들고 남북관계를 진전시키는 계기로 반전되길 기대한다”고 강조했다.<hr style="display:block !important; margin:25px 0; border:1px solid #c3c3c3" />
다음은 문 대통령 모두발언 전문
매우 유감스럽고 불행한 일이 발생했습니다. 아무리 분단 상황이라고 해도 일어나서는 안될 일이었습니다. 희생자가 어떻게 북한 해역으로 가게 됐는지 경위와 상관없이 유가족들의 상심과 비탄에 대해 깊은 애도와 위로의 말씀드립니다. 국민들께서 받은 충격과 분노도 충분히 짐작하고 남습니다. 이유여하를 불문하고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켜야하는 정부로서는 대단히 송구한 마음입니다. 이같은 비극이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하겠다는 다짐과 함께 국민의 생명보호를 위한 안보와 평화의 소중함을 되새기고 정부의 책무를 강화하는 계기로 삼겠습니다.
북한 당국은 우리 정부가 책임있는 답변과 조치를 요구한지 하루만에 통지문을 보내 신속히 사과하고 재발방지를 약속했습니다. 사태를 악화시켜 남북관계를 돌이킬 수 없는 상황으로 가는 것을 원치 않는다는 북한의 분명한 의지 표명으로 평가한다. 특별히 김정은 위원장이 우리 국민들께 대단히 미안하게 생각한다는 뜻을 전해온 것에 대해 각별한 의미로 받아들입니다. 북한의 최고지도자로서 곧바로 직접 사과한 것은 사상 처음있는 매우 이례적인 일입니다. 그만큼 김정은 위원장도 이번 사건을 심각하고 무겁게 여기고 있으며 남북 관계가 파탄으로 가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번 사태의 해결을 위해서도, 남북 관계의 미래를 위해서도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이번 사건의 사실 관계를 규명하고 재발방지를 위한 실질적 방안을 마련하는 것은 남북 모두에게 절실히 필요한 일입니다. 유사사건이 발생하지 말아야 한다는 남북의 의지가 말로 끝나지 않도록 공동으로 해법을 모색해나가길 바랍니다. 대화가 단절돼 있으면 문제를 풀길이 없고 서로 협력하지 않으면 재발방지를 위한 실효적인 대책도 세우기가 어렵습니다. 이번 비극적 사건이 사건으로만 끝나지 않도록 대화와 협력의 기회를 만들고 남북관계를 진전시키는 계기로 반전되길 기대합니다
돌이켜보면 기나긴 분단의 역사는 수많은 희생의 기록이었습니다. 이번 사건과 앞으로의 처리 결말 역시 분단의 역사 속에 기록될 것입니다. 비극이 반복되는 대립의 역사는 이제 끝내야 합니다. 당장 제도적인 남북협력으로 나가지 못하더라도도 평화를 유지할 수 있는 최저선은 어떤 경우라도 지켜나가야 합니다. 이번 사건을 풀어나가는 것부터 대화의 불씨를 살리고 협력의 물꼬를 터나갈 수 있기를 바랍니다. 또한 이번 사건에서 가장 아쉽게 부각되는 것은 남북간의 군사통신선이 막혀 있는 현실입니다. 긴급히 남북간의 군사통신선을 통해 연락과 소통이 이뤄져야 우발적인 군사충돌 이나 돌발적인 사건 사고를 막을 수 있고, 남북의 국민이나 선박이 해상에서 표류할 경우에도 구조 협력을 원활히 할 수 있습니다. 적어도 군사 통신선만큼은 우선적으로 복구하여 재가동할 것을 북측에 요청합니다.
이틀 후면 추석 연휴가 시작됩니다. 여전히 긴장을 놓을 수 없는 방역상황과 경제적 어려움 속에서 맞이하는 명절입니다 서로에게 힘이 되는 추석이 됐으면 합니다. 몸은 떨어져 있어도 마음만은 함께 하며 지친 몸과 마음에 작은 쉼표를 찍고 재충전하는 시간이 되길 희망합니다. 명절 연휴에도 일을 해야 하는 사람들과 소외되고 어려운 이웃들에게 따뜻한 마음을 나눌 수 있길 기대합니다. 특별히 분단의 상처를 안고 있는 분들과 북녘에 고향을 둔 실향민들께 위로의 말씀을 전합니다. 이상입니다.
한경닷컴 뉴스룸 op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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