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로 나타난 꿈의 차’
재규어가 1998년 중형 스포츠세단 XF를 선보였을 때 받은 찬사다. 2020년형 XF는 미래지향적 디자인에 더해 소비자가 선호하는 다양한 안전·편의사양으로 상품성을 높였다. 그중에서도 스포츠 바디 킷과 블랙 팩, 18인치 글로스 블랙 피니시 휠을 적용해 더욱 역동적인 디자인을 갖춘 20D 체커드 플래그 에디션 모델을 만나봤다.
재규어 XF 20D 체커드 플래그 에디션은 정장을 차려입은 듯 단정하면서도 곳곳에서 세련된 매력을 뿜어내고 있었다. 체커드 플래그 에디션은 산토리니 블랙, 유롱 화이트, 아이거 그레이 등 총 세 가지 메탈릭 컬러를 추가금 없이 제공하는데, 시승차는 산토리니 블랙 색상이었다. 검은 세단이면 다소 고루한 느낌을 풍기기 마련이지만, 날렵한 디자인의 체커드 플래그 에디션은 '아빠차' 느낌이 들지 않았다.
겉으로 보기에는 루프라인이 유려한 중형 스포츠 세단이지만, 실제 덩치는 상당히 큰 편이다. 재규어 XF의 전장·전폭·전고는 4955·1880·1460mm로 준대형 차량과 맞먹는 수준이다. 축간거리는 3m에 조금 부족한 2960mm다. 때문에 앞좌석은 물론, 뒷좌석 공간도 성인이 타기에 여유롭다. 540L인 트렁크 적재공간은 높이가 낮지만 상당히 깊다. 2열 폴딩도 가능하다.
운전석에 앉으면 문에서 대시보드 앞까지 둥글게 감싸는 선을 느낄 수 있다. 재규어 랜드로버 코리아는 요트 인테리어에서 영감을 받아 실내를 구성했다고 설명했다. 그래서인지 여느 스포츠세단에 비해 운전석과 조수석 공간도 여유로운 편이다. 다소 늘어진 자세를 취해도 거슬리는 부분이 없다.
실내가 단정한 것도 재규어 XF 20D 체커드 플래그 에디션의 장점이다. 10인치 터치스크린과 자주 사용할 버튼 일부 외에는 깔끔하게 정돈된 라인을 갖추고 있다. 버튼 역시 검은색으로 실내 인테리어와 톤을 맞춘 덕에 거슬리지 않는다. 깔끔한 검은 정장을 연상시키는 실내 디자인이다. 자칫 지루할 수 있지만, 여러 재질이 만들어내는 질감 차이가 은근한 재미를 준다.
가속 페달을 밟고 본격적인 주행에 나서자 외양과 같이 점잖은 '스펙'을 갖춘 재규어 XF 20D 체커드 플래그 에디션이 의외로 시원한 가속력을 뽐냈다. 재규어 XF 20D 체커드 플래그 에디션은 2.0L 디젤 엔진으로 최고출력 180마력, 최대 토크 43.9kg·m을 발휘한다. 제로백(정지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도달하는 시간)은 8.4초다. 수치로 볼때 탁월한 스포츠세단은 아니다.
단점을 보완하는 매력은 저속·저부하 RPM(엔진회전수)인 1750~2500rpm에서 43.9kg·m의 최대 토크를 발휘한다는 점이다. 정지 상태에서 다른 차량들이 느릿느릿 출발할 때 전력으로 치고 나갈 수 있다는 의미다. 서킷에서 달리기엔 부족하지만, 도로의 흐름 정도는 충분히 지배한다. 일상에서 재미있게 탈 수 있는 차량인 셈이다.
펀드라이빙을 원한다면 은은하게 느껴지는 디젤 엔진의 진동도 매력 요소가 된다. 시승 연비는 12.0km/L로 나왔다. 디젤 차량을 기준으로 보면 아쉽지만, 급가속·감속이 잦은 스포츠세단을 기준으로 잡으면 준수한 편이다.
고속에서의 안정감도 준수했다. 재규어 XF 20D 체커드 플래그 에디션은 △에코 △컴포트 △스포츠 세 가지고 구성된다. 에코와 컴포트에서는 반박자 느리던 엔진이 스포츠에서는 가솔린처럼 민감하게 반응한다. 재규어가 개발한 인텔리전트 드라이브라인 다이내믹스(IDD)는 주행 상황을 모니터링하며 어떤 경우에도 최적의 토크 분배가 이뤄지도록 돕는다.
차선 변경 중 사각지대 차량과 사고가 예상되면 조향에 간섭하는 사각지대 어시스트 시스템,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 차로이탈방지보조 등 안전한 주행을 돕는 기능도 들어갔다. 속도와 내비게이션 등을 보여주는 헤드업 디스플레이도 장착됐다. 17개의 스피커로 구성된 메르디안 서라운드 사운드 시스템은 이제 흔하게 찾아볼 수 있는 보스 스피커보다 매력적이다.
여러 장점을 갖췄지만, 이성적으로는 많은 대안이 떠오르는 차량이다. 재규어 XF 20D 체커드 플래그 에디션 가격은 7190만원이다. 20D 포트폴리오는 7230만원, 20D AWD 포트폴리오는 7630만원으로 가격이 더 오른다. 스포츠세단을 찾는다면 벤츠 C클래스, BMW 3시리즈, 볼보 S60, 아우디 A4 등 수입차나 제네시스 G70, 기아 스팅어 등도 검토할만 하다.
하지만 재규어 XF 20D 체커드 플래그 에디션은 이들 차량이 채워주지 못할 감성적인 만족감을 준다. 이제는 흔해진 독3사와 비교해 매력적인 디자인을 가지고 있으며 일상에서의 주행성도 아쉽지 않다. 뒷좌석 공간은 넉넉하고 후륜구동의 재미도 느끼게 해준다. 잔고장이 많다는 주변의 놀림은 감수해야 할 부분이다. 그래도 미국의 2020 JD파워 신차 품질지수에서 27위를 기록해 벤츠와 볼보, 아우디보다 높게 나타났다.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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