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형진 기자
인사할 시간도 없습니다
오늘은 재미있는 동화 하나 읽고 가죠
옛날옛날 평화로운 집코노미 마을에
아영이네
형진이네
윤화네
소희네가 살았습니다
형진이 혼자 남자니까
인기가 많았겠죠
어쨌든
그러다 집이 너무 낡아서
넷이 뭉쳐 아파트를 하나 짓기로 하죠
여섯 집이 함께 살 수 있는 아파트를 지으면
네 집엔
아영이네
형진이네
윤화네
소희네가 다시 들어가 살고
나머지 두 집은
란이네랑
수지네를 호구 잡아 분양해서
그 돈으로 공사비를 충당하는 거죠
그런데 어느 날
자아를 깨달은 형진이가 이런 생각을 합니다
새 아파트를 지은 다음에 팔면
자기 집을 한 명한테밖에 못 파는데
지금 그냥 단독주택을 허물고
네 집짜리 빌라를 지으면
네 명한테 팔아먹을 수 있겠다는 각이 나오는 거죠
이거 사면 나중에 새 아파트 들어갈 수 있다고 하면 되니까
장사가 어렵진 않겠죠
그래서 형진이는 열심히 노가다를 해서
빌라를 지어서 다 털고 나갑니다
부자가 됐겠죠
인기도 많은데 부자라니
옆에서 그걸 지켜보던
윤화네도 집을 허물고 빌라를 지어서
부자가 돼서 나갑니다
모든 집이 그렇게 다 빌라를 지었습니다
그런데 집코노미 마을에 지을 수 있는
새 아파트의 크기는 법으로 정해져 있었습니다
동네사람 늘어났다고 더 크게 못 짓는 거죠
그럼 아까 여섯 집짜리 아파트를
늘어난 원주민 집 열 여섯 집에다가
란이네랑 수지네가 분양받을 집까지
열여덟 집으로 나눠야 하니까
한 집의 크기가 엄청 좁아지겠죠
아사리판을 지켜보던 집코노미 촌장님이 이렇게 말합니다
너희가 오늘 이후 빌라 지어서 팔면
그거 산 사람에겐 새 아파트 안 줄 거야
새 아파트도 못 받는 허름한 동네의 빌라를
살 사람은 없으니까
당연히 더 이상 아무도 안 짓겠죠
자 형진이가 시작했던 이 파국을
바로 지분 쪼개기
또는 신축 쪼개기라고 합니다
많이 들어보셨죠
집의 지분을 쪼개서
재개발 조합원을 늘리는 수법입니다
그러니까 세포분열 같은 거죠
집코노미 촌장님이 말했던 오늘부터에서
그 오늘이
바로 권리산정일입니다
권리산정일 이전까지는
형진이가 집을 네 개로 쪼개든
열 개로 쪼개든
그걸 산 사람에게 새 아파트를 주지만
형진이가 권리산정일 이후
지분 쪼개기 백개를 했다면
원래 집 하나를 뺀
나머지를 산 99명은 새 아파트 못 받으니까 물리는 거죠
권리산정일은
재개발사업을 하는 동네면 다 설정돼 있습니다
그러니까 저 동네 빌라 괜찮은데
살까
라고 생각했던 동네가 재개발구역이고
그 빌라가 권리산정일 이후 쪼개진 집이었다면
나중에 새 아파트는 나 빼고 다 준다는 겁니다
열 받겠죠
어떤 불량 복덕방들은
이 빌라 사면 나중에 새 아파트 줍니다
라면서 유난히 빌라를 권유합니다
우리 같은 호구를 물고가서 팔면
한 채 팔 때마다 인센티브를 받기 때문이죠
누구한테?
부동산의 자아를 깨달은 형진이한테
그러니까 빌라를 살 땐
여기가 재개발구역인지
내 빌라가 권리산정일 이후에 지어진 건지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는 거죠
사실 여러분이 엔딩 크레딧으로 자주 보시던
바로 이분이
젊을 때 양평동 지분 쪼개기 업자들을 박살내고
관에 못까지 박았던
전설의 레전드 기자였죠
물론 그분의 자손 18대까지
양평동 출입이 금지됐습니다만
어쨌든
정부가 전방위적으로 공공재개발을 추진하니까
업자들이 그틈을 타고 다시 활개를 치고 있어서
절대 낚이지 마시라고
노파심에 읽어본 동화입니다
믿거나
말거나
3분 부동산이었습니다
기획 집코노미TV 총괄 조성근 건설부동산부장
진행 전형진 기자 편집 김윤화 PD
제작 한국경제신문·한경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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