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들어 경제 상황이 지역별로 천양지차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어느 지역엔 도산기업이 급증하는 반면 어떤 곳에선 계속 일자리가 늘고 있다. 또 코로나에도 잘 버티는 기업이 많은 지역이 있는가 하면 설립하자 마자 망하는 기업이 속출하는 곳도 있다.
통계청이 내놓은 '최근 우리나라 기업성장 특성 분석'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이런 지역별 온도차를 확인해볼수 있다. 2012년부터 2018년까지 지역별 존속기업과 일자리의 흥망성쇠를 숫자로 담은 보고서다.
통계 비교를 하는 시작 연도와 끝 연도의 사업자등록번호가 동일한 기업 중에서 합병하거나 피합병 대상이 되지 않은 종업원 수 1인 이상 기업을 대상으로 했다.
이런 존속기업들을 중심으로 2015년과 2018년의 권역별 종업원 수(상용 종업원 1인 이상 업체 기준)를 보면 수도권과 충청권 호남권 일자리가 늘었다. 반면 강원권과 영남권 일자리는 줄었다. 전반적으로 서쪽 지역 상황이 좋고 동쪽 지역는 좋지 않아 '서고동저'라고 정리할 수 있다.
구체적 수치를 보면 수도권 종업원 수는 2015년 654만명에서 2018년 667만명으로 13만5000명이 늘었다. 같은 기간 호남권 종업원 수도 71만5000명에서 71만8000명으로, 충청권도 84만9000명에서 85만3000명으로 각각 증가했다.
반면 영남권 종업원 수는 212만7000명에서 202만5000명으로 10만2000명 감소했다. 강원권의 종업원 수도 20만5000명에서 19만1000명으로 줄었다.
조사 대상 기간에 매출이 20% 이상 늘어난 고성장 기업은 수도권과 충청권에 집중됐다. 2015년부터 2018년 사이 서울 지역의 고성장 기업은 5086개였다. 서울 지역 전체 기업의 4.39%를 차지했다. 2012~2015년 서울의 고성장 기업 비중(4.24%)보다 상승했다. 2015~2018년 충청권의 고성장 기업 비율도 4.04%로 2012~2015년(3.87%)보다 높았다.
2012~2105년 고성장 기업 비율이 3.45%였던 강원권은 2015~2018년 3.65%로 올랐다. 같은 기간 호남권도 3.26%에서 3.62%로 상승했다. 반면 영남권은 3.78%에서 3.04%로 뚝 떨어졌다. 영남 지역에 몰려 있는 자동차와 조선 기계 공업이 쇠퇴기에 접어들면서 이른바 '영남벨트'의 위상이 몰락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영남권 비중은 줄었지만 전국의 고성장 기업 수는 2012년 7568개에서 2018년 8128개로 늘었다. 2017년 기준으로 한국의 고성장 기업 비율은 전체 기업의 3.5%로 비교 가능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20개국 중 11위였다. 고성장 기업 수는 7729개로 20개국 중 3위였다.
고성장기업 비율이 가장 높은 국가는 뉴질랜드(17.9%)였고 고성장기업 수가 가장 많은 국가는 브라질(2만8304개)이었다.
정인설 기자 surisur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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