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양경찰청은 29일 중간 수사 결과를 발표하며 “해수부 서해어업지도관리단 소속 공무원 실종자 이모씨(47)의 단순 실족 가능성과 극단적 선택 기도 가능성은 낮다”고 밝혔다.
윤성현 해경청 수사정보과장은 “실종자는 부유물에 의지해 구명조끼를 입고 있었으며, 북측이 실종자의 이름·나이·고향 등을 자세히 파악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선상에서 단순 실족일 경우 구명조끼를 입고 있지 않을 가능성이 크고, 자신의 신상을 구체적으로 진술한 데서 자진 월북 가능성이 높다는 게 해경 측 주장이다.
해경은 또 A씨가 실종됐을 당시 소연평도 인근 해상의 조류와 조석 등을 분석한 ‘표류 예측’ 결과도 월북 정황을 뒷받침한다고 설명했다. 국립해양조사원 등 국내 4개 기관의 분석 결과에 따르면 A씨가 실종됐을 당시 단순히 표류했다면 소연평도를 중심으로 반시계 방향으로 돌면서 남서쪽으로 떠내려가는 것으로 나타났다. 소연평도에서 북서쪽 방향으로 38㎞ 떨어진 북한 등산곶 인근 해상까지 인위적인 노력으로 올라갔다는 주장이다.
해경 관계자는 “A씨의 총 채무는 3억3000만원이며 그중 인터넷 도박빚이 2억6800만원이었다”며 “다만 채무가 있다는 것만으로 월북을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했다.
해경의 발표 내용은 25일 북한이 통일전선부 명의로 남한에 보내온 전통문과 차이가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북한은 실종자 A씨에 대해 ‘정체불명 침입자’ ‘대한민국 아무개라며 얼버무렸다’ 등 제대로 확인이 안 된 듯한 표현을 사용했다.
이모씨의 형 이래진 씨(55·사진)는 이날 기자회견을 열어 “(해경이) 현장조사와 시뮬레이션을 통한 공법을 여러 가지 제시했어야 하는데 그러한 것들을 제시하지 않고 급하게 월북으로 몰아갔다”고 했다.
한편 이날 국회 국방위원회에 따르면 우리 군은 지난 22일 이씨 피격 사망 사건 당시 북한군의 대화 내용을 실시간 감청으로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건 당일 북한 해군사령부를 통해 “사살하라”는 명령이 떨어지자 북한 대위급 정장이 “사살하라고요? 정말입니까”라고 되물었고, 오후 9시40분께 현장에서 “사살했다”는 보고가 올라간 것으로 파악됐다.
인천=강준완/최다은/이정호 기자 jeffk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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