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더불어민주당과 기획재정부 등에 따르면 정부는 추석 연휴 이후에 재정준칙을 내놓기로 했다. 재정준칙은 국가채무 등 재정 지표가 일정 수준을 넘지 않도록 정한 규범이다.
정부는 국가재정법에 재정준칙 근거를 마련한 뒤 시행령에 재정준칙의 구체적 내용을 담는 형식으로 초안을 마련했다. 이후 지난달 말 내년 예산안과 중기 국가재정운용계획을 확정하면서 재정준칙을 발표하려 했으나 추가 검토를 이유로 연기했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21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 참석해 “(재정준칙을) 8월 말에 제출하려고 했는데 해외 사례를 보려고 검토하고 있고 9월 말까지 발표하려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치권의 반대에 부딪히자 기재부는 추가 논의가 필요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당은 재정준칙 제정 시기에 대해 문제를 제기해왔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인한 경제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확장적 재정 정책을 펼쳐야 하는 시점에 재정준칙이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주장이다.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간사인 박홍근 민주당 의원은 지난 21일 “코로나19 위기가 한창인 현시점에서 준칙을 만들면 재정 경직성이 커지고 불필요한 논란도 생길 수 있어 신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반대로 야당은 재정준칙이 있으나 마나 한 ‘맹탕준칙’이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정부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재정수지 적자 비율을 1년 단위가 아니라 3~5년 평균으로 관리하는 방안과 재해 및 경기침체 시 재정준칙 적용을 예외로 하는 방안 등을 검토해왔다. 기재위 야당 간사인 류성걸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18일 “재정준칙을 느슨하게 고무줄처럼 설정하면 지켜도 그만이고 안 지켜도 그만인 지침이 될 뿐”이라고 날을 세웠다.
정부의 재정전망과 가정이 지나친 장밋빛이라는 지적도 부담이 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국회예산정책처는 지난 28일 ‘2020~2070년 장기 재정전망’ 보고서에서 올해 43%대인 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이 2060년 158.7%로 높아질 것으로 예상했다. 정부 예상치(81.1%)의 두 배 수준으로 높았다. 기재부는 ‘미래 정부’가 재량지출을 거의 늘리지 않을 것으로 가정했지만 국회예산정책처는 재량지출 증가율을 경상성장률 수준(연평균 2.2%)으로 설정했다.
기재부 관계자는 “재정준칙을 처음 제정하는 만큼 검토할 사항이 많아 다양한 쟁점을 충분히 논의한 뒤 추석 연휴 이후에 재정준칙을 발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인설/구은서 기자 surisur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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