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미래전환K뉴딜위원회 총괄본부장인 이광재 의원은 29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전화인터뷰에서 “미래지향적인 나라를 건설하기 위해서는 (공정경제 3법의) 찬반만을 가릴 게 아니라 법안의 방향성과 구체적인 내용을 놓고 폭넓은 논의가 필요하다”며 “정치권뿐만 아니라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정책 공청회 과정을 거쳐야 한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이번 정기국회에서 기업을 옥죄는 상법·공정거래법 개정안과 금융그룹통합감독법 제정안을 처리할 계획이다.
당 내 ‘경제통’인 김진표 의원도 법안을 처리하기에 앞서 야당을 비롯해 전문가들과의 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의원은 “혁신성장의 토대를 마련하기 위해서는 공정경제 3법이 통과돼야 한다”면서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법과 부동산법 처리 때처럼 우리 당만의 힘으로 통과시키면 당에도 나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태년 원내대표 등 당 지도부를 비롯해 초·재선 의원 일부는 기업규제 3법의 조속한 통과를 강조해왔다. 한정애 민주당 정책위원회 의장은 “공정경제 3법은 20대 국회 때부터 다뤄왔기 때문에 충분히 속도 조절을 했다”며 신속한 법안 통과를 예고했다. 중진 의원들을 중심으로 내부 반발이 나오는 만큼 당내 의견 수렴 과정을 거치면 법안 통과에 시간이 걸릴 것이란 관측도 있다.
이광재 "폭넓은 논의 필요"…김진표 "일방처리 땐 나쁜 결과"
이 대표는 최근 정책위원회 산하에 ‘공정경제 3법 태스크포스(TF)’를 설립해 경제계와 전문가 의견을 수렴하겠다고 밝혔다. 김 의원은 이날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기업규제 3법에 대해 “긴 안목으로 앞을 내다보고 새로운 경쟁 질서를 만드는 법”이라며 “이런 법을 여당 혼자서 속도전으로 통과시킬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양향자 민주당 의원(최고위원)도 기업규제 3법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자 진정시키기에 나섰다. 양 의원은 지난 23일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경제계의 걱정은 충분히 이해하지만, 3법은 우리가 나아가야 할 방향”이라면서도 “단언컨대 공론화 과정에서 경제계가 소외당하는 일은 결코 없을 것”이라고 못 박았다.
K뉴딜위원회 총괄본부장을 맡고 있는 이광재 민주당 의원도 기업규제 3법에 대해 일종의 절충안을 제시했다. 규제 강화보다는 글로벌 기준에 맞는 새로운 경제 질서를 세우기 위한 방향으로 법안을 논의해보자는 것이다. 이 의원은 이날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경제 규모와 수준이 비슷한 프랑스, 영국, 독일, 일본을 비롯해 글로벌 기준을 마련해가는 미국, 중국 등을 참고해 법안을 제정해야 한다”며 “산업혁명 시대와 디지털 혁명 시대의 필요한 법이 다르기 때문에 법안의 변화 추이도 살피는 등 다양한 논의를 통해 제도를 만들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김 원내대표는 수차례에 걸쳐 “이번 국회 내에서 (기업규제 3법) 입법을 마무리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재계의 합리적 우려에 대해서는 법안 심의 과정에서 세밀하게 대안을 마련해 보완하겠다고는 했지만, 물리적인 시간이 부족하다는 점을 감안할 때 정부안 처리를 강행한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민주당 내 대표적 재벌 저격수인 박용진 의원은 정부가 내놓은 상법 개정안에 집중투표제가 빠졌다며 더 강력한 법안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박 의원은 지난 21일 SNS에 “공정경제3법은 친기업적이고,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는 친시장질서법”이라며 “민주당은 거대 여당으로서 개혁 입법을 완수해야 한다”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기업인 출신으로 민주당 내에서 재계 목소리를 반영할 것으로 예상했던 미래에셋대우 사장 출신인 홍성국 의원과 카카오뱅크 사장 출신인 이용우 의원은 오히려 기업규제 3법을 적극 지지하고 있다.
홍 의원은 “전 정부에서도 공약으로 내세웠을 만큼 여야를 막론하고 그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가 충분히 형성돼 있다”며 기업규제 3법의 조속한 통과를 주문했다. 이 의원도 “우리 사회의 가장 큰 문제가 공정하지 못한 경제질서”라며 “(법 통과에 있어서) 방향과 전체적인 틀에서 크게 변화가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동훈 기자 leed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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