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3위 D램 업체 미국 마이크론이 30일 오후 4시(현지 시간) 2020회계연도 4분기(6~8월) 실적을 발표했다. 마이크론은 삼성전자 SK하이닉스보다 회계 분기 마감이 한 달 앞선다. 따라서 마이크론의 실적 발표 내용은 한국 메모리반도체 업체 실적과 업황을 예상하는 가늠자 역할을 한다.
마이크론의 4분기(6~8월) 실적은 기대보다 좋았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메모리반도체 사업도 3분기(7~9월)에 선전했을 가능성을 높이는 대목이다.
하지만 마이크론은 9~11월 실적과 관련해선 신중한 전망을 내놨다. 스마트폰, 자동차용 반도체 수요가 회복되고 있지만 속도가 더딘 상황이다. 화웨이 제재와 일부 고객사의 충분한 재고 등은 수요 확대를 가로막는 요인으로 꼽힌다.
2021회계연도 1분기(9~11월) 매출과 주당순이익에 대한 전망이 예상보다 좋지 않았다. 미국 정부로부터 화웨이 관련 라이선스를 받지 못한 사실도 투자 심리에 부정적인 영향을 줬다.
마이크론은 이날 한국 기업들의 4분기에 해당하는 2021회계연도 1분기(9~11월) 매출과 순이익 가이던스를 제시했다. 매출 전망치는 52억달러로 애널리스트 전망치인 매출 53억1000만달러보다 낮다. EPS 가이던스는 0.47달러로 시장 전망치(0.6달러)보다 적다. 한마디로 시장 기대에 못 미치는 실적 전망치를 내놓은 것이다.
실적 발표 이후 이어진 컨퍼런스콜에서 마이크론 경영진들은 신중한 전망을 제시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IT 소비가 원활하지 않아 기업들의 수요가 약했고 일부 고객사들은 높은 수준의 재고를 쌓아두고 있다는 내용이 컨퍼런스 콜에서 나왔다. 데이비드 진스너 마이크론 CFO(최고재무책임자)는 "모바일, 자동차, 소비자용 메모리반도체 시장은 회복되고 있지만 회복 속도는 코로나19 재확산 영향으로 더디다"고 설명했다.
화웨이를 대체할 수요처를 찾고 있지만 이 작업은 6개월 정도 걸릴 것이란 게 마이크론의 분석이다. 메로트라 CEO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 같은) 경쟁사들도 화웨이에 칩을 공급하지 못하고 있다"며 "다른 고객에게 칩을 더 공급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시간이 좀 더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마이크론은 2021년 낸드플래시 공급과잉 가능성을 언급했다. 메모리반도체업체들이 너무 많은 칩을 만들면서 가격 변동 때문에 어려운 시기를 보내고 있단 얘기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마이크론은 2021회계연도(2020년 9월~2021년 8월) CAPEX(자본지출, 미래 이익을 위한 지출)를 당초 계획보다 적은 90억달러 규모로 줄일 예정이다.
장기적인 반도체 시장 전망은 나쁘지 않았다. 미국 경제지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마이크론은 클라우드 서비스 확대와 5G 스마트폰의 본격적인 보급 등으로 장기적인 반도체 수요가 커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홈 이코노미 영향으로 PC 수요도 꾸준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WSJ는 "엔비디아의 게임과 AI 칩엔 더 많은 메모리반도체가 필요하다"며 "마이크론은 엔비디아의 상승세에 올라탈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황정수 기자 hj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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