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의 관광부 장관이 "현 정부를 조금도 믿을 수 없다"며 돌연 사임했다. 장관급 인사가 정부에 직격 비판을 쏟아내고 사표를 던져 이스라엘 정국에 한동안 혼란이 일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2일(현지시간) 알자지라에 따르면 아사프 자미르 관광부 장관은 자신의 트위터와 페이스북을 통해 장관직에서 사임했다고 알렸다.
자미르 장관은 소셜미디어를 통해 "현재 이스라엘을 이끄는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위기보다 자신의 정치 생명 연장을 우선 순위에 두고 있다"며 "나는 이런 정부를 믿을 수 없고, 이런 정부를 위해 일할 수도 없다"고 이스라엘 정부를 작심 비판했다.
자미르 장관은 "네타냐후 총리가 자리를 지키는 한 이스라엘은 코로나19 위기를 끝낼 수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정부의 리더를 조금도 믿지 못하는 상황에서 내가 직책을 맡아 일할 수는 없다"며 "아침에 베니 간츠 청백당 당수에게 연락해 내가 관광부 장관직에서 사임한다는 소식을 전했다"고 썼다.
자미르 장관은 이스라엘 청백당 당원이다. 청백당이 네타냐후 총리가 이끄는 리쿠드당과 손잡고 '코로나19 긴급 연립정부'를 구성한 지난 5월 관광부 장관에 올랐다.
타임스오브이스라엘은 "자미르 장관이 처음으로 사표를 내긴 했지만, 앞서 사직 의사를 밝힌 장관도 있다"며 "전날엔 이즈하르 샤이 과학기술부 장관이 장관직을 내려놓겠다고 간츠 당수 겸 국방부장관을 찾아갔다가 간츠 당수의 설득에 마음을 바꿨다"고 보도했다.
리쿠드당은 이날 자미르 장관의 사임에 대해 "이스라엘 시민의 생명과 생계를 구하기 위해 정부가 24시간 애쓰는 와중에 자미르 장관이 자리를 내놨다"며 "비상 시국에 정치적 술수를 쓰고 있다"고 비판했다.
반면 베니 간츠 청백당 당수는 "사임 소식을 '이해와 유감'으로 받아들인다"며 "단합된 연립정부를 바랐지만, 지금 정부는 우리가 희망했던 정부가 아니다"라고 쓴소리를 했다.
주요 외신들은 자미르 장관의 사임이 이미 자국내 정치적 입지가 크게 좁아진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에게 상당한 타격이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알자지라는 "네타냐후 총리의 긴급 연정은 내분으로 혼란에 빠졌다"며 "이미 코로나19 대응에 대해 종종 모순되는 대응책을 내놔 비난을 받고 있는 와중 악재가 또 터졌다"고 지적했다. 예루살렘 포스트는 자국 정치인을 인용해 "네타냐후 '성벽'에서 첫번째 벽돌이 빠진 것"이라며 "더 많은 장관들이 줄줄이 자리를 내놓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국제 통계사이트 월도미터에 따르면 3일 기준 이스라엘 코로나19 누적 확진자 수는 25만8920명에 달한다. 누적 사망자 수는 1633명이다. 지난 2일에만 5430명이 신규 확진 판정을 받았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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