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계사(건축사무소)를 잘 만나는 것은 두말할 필요 없이 매우 중요하다. 방법은 간단하다. 먼저 짓고자 하는 지역에서 가장 가까운 신도시(판교·위례·하남 등) 내 이주자 택지에 가봐야 한다. 단독주택 또는 상가겸용주택 단지에서 실제 지어진 여러 집들을 보면 내가 생각하는 이상형 또는 그 이상으로 잘 지어진 집들을 찾을 수 있다. 이런 임장 활동은 스스로 지어나갈 건축물에 대한 콘셉트를 구축하는 데도 큰 도움이 된다.
벤치마킹하고자 하는 건축물을 찾았다면 입구 인근에 있는 현판(머릿돌)을 살펴봐야 한다. 건축주가 준공 이후 건물의 이름표와도 같은 현판에 설계사무소와 시공사를 남겨두도록 허락했다고 해 보자. 확률적으로 이 업체는 시공기간 동안 건축주와 의사소통이 잘됐고 사후관리(AS)도 뛰어났다고 볼 수 있다. 실제 현판 10개 중 7~8개는 업체명이 없는 것을 확인할 수 있는데 이는 건축주의 만족도가 낮았다고 생각해 볼 수 있다. 위의 방법으로 걸러진 업체를 몇 군데 인터뷰하면 업체별로 지니고 있는 강점과 대략의 견적 등에 대해 감을 잡을 수 있다.
건축은 사람이 하는 일이라 고객과 업체 간의 교감이 매우 중요하다. 서로 생각을 충분히 교환하고 조건을 협의했다면 그런 내용을 계약서에 잘 담아 업체를 확정하는 절차를 거치게 된다. 건축사는 일반적으로 설계회사에 속해 있고 이 업체에서 개발부지에 대한 대관업무(인허가)와 감리 역할을 수행하게 된다. 건축주는 시공사를 별도로 선정해 설계회사와 완전 분리하는 방식으로 협업하게 할 수도 있다. 설계사를 신뢰할 수 있다면 그가 손발을 맞춘 경험이 있는 시공사와 함께 일하게 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이 경우 설계와는 또 다른 영역인 시공부문에서 발생하는 여러 변수를 건축사를 통해 간단히 의사소통하고 선택해 나갈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좋은 파트너를 만났다고 해서 모든 일이 순조로울 수 없다. 인허가, 주변 민원, 지하토질, 설계 변경 등 예상했던 투자비에 영향을 미치는 돌발변수들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준공 이후에도 각종 하자로 인해 최소 1년 동안은 마음을 놓기가 쉽지 않다. 충분한 교감이 되는 업체와 이야기하는 것이 최저견적과 계약서만으로 연결된 업체보다는 원만하게 해결될 가능성이 높다고 할 수 있다. 건축주 입장에서 업체의 주장을 경청하겠다는 유연한 마음가짐도 꼭 필요하다.
조수연 < 국민은행 WM스타자문단 부동산수석전문위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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