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의 장기화로 기업의 신용 위험이 커지고 있다. 3분기 실적발표 이후 신용등급의 무더기 강등이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위기를 기회로 바꾸려는 구조조정 및 자본확충 사례도 잇따르고 있다. 한국 경제를 이끄는 주요 산업별 미래는 어떤 모습인지 신용평가와 재무지표를 바탕으로 전망해본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발생 이후 영화관 업체들은 긴 한숨을 쉬고 있다. 영화관을 찾는 발길이 급격히 줄어든 여파로 연일 적자를 쌓고 있어서다. 한동안 영업환경이 개선되기 어렵다고 판단한 신용평가사들은 주요 영화관 업체들의 신용등급 강등을 본격적으로 검토하기 시작했다.
4일 영화진흥위원회에 따르면 지난 1~8월 국내 영화 관객 수는 4687만명으로 전년 동기(1억5602만명) 대비 69.9% 감소했다. 관객 수는 1월만 해도 작년 같은 기간과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지만 코로나19 발생 직후인 2월부터 급격히 줄어들기 시작했다. 특히 3~4월에는 영화관 업체들이 여러 지점의 영업을 일시적으로 중단할 정도로 큰 타격을 입었다. 사람들이 감염 위험이 비교적 큰 인구 밀집지역을 회피한 영향이 컸다.
북적이던 영화관이 한산해지자 신작이 감소하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 영화관 업체들은 과거 상영했던 영화를 재개봉하며 대응하고 있지만 실적 악화를 막는 데는 역부족이라는 평가다. 국내 3대 영화관 업체인 CJ CGV(2934억원) 롯데컬처웍스(478억원) 메가박스중앙(334억원) 모두 지난 상반기 대규모 순손실을 기록했다. 1위 CJ CGV는 재무구조 악화를 막기 위해 지난 8월 2209억원 규모 유상증자를 단행했다.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하반기에도 적자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이란 관측에 힘이 실린다.
비관적인 전망이 이어지면서 투자심리도 가라앉았다. CJ CGV 주가는 올 들어서만 30% 넘게 하락했다. 비상장사인 롯데컬처웍스와 메가박스중앙의 증시 입성도 언제쯤 가능할지 알 수 없게 됐다는 평가다. 두 회사는 오래 전부터 국내에서 기업공개(IPO)를 준비해왔다.
신용평가사들은 이 같은 상황을 반영해 영화관 업체들의 신용등급 강등이 이어질 수 있다는 경고등을 잇달아 켜고 있다. CJ CGV(A) 롯데컬처웍스(A+) 메가박스중앙(A-) 모두 신용등급에 ‘부정적’ 전망을 달고 있다. CJ CGV는 지난 5월 신용등급이 한 단계 떨어졌음에도 추가 하락 가능성이 열려 있다. 올해 안에 등급 강등 여부가 결정될 것이란 전망이 많다.
최경희 나이스신용평가 연구원은 “주요 재무지표가 신용등급 강등 조건을 이미 충족하는 상황에서 지속적으로 적자가 쌓이고 있다”며 “하반기 지금의 신용도가 적정한 지를 면밀히 재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진성 기자 jskim1028@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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