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얼어붙었던 기업 인수합병(M&A) 시장이 3분기부터 크게 달아오르고 있다. 두산그룹과 한진그룹 등 대기업발 구조조정 매물과 EMC홀딩스 등 대형 폐기물업체가 줄지어 시장에 매물로 나오면서 자문사들의 일감도 크게 늘었다.
기업 M&A 전략을 총괄하는 재무자문 부문에서 1~3분기 누적 1위 자리를 차지한 것은 유럽계 증권사 크레디트스위스(CS)였다. 회계자문 부문에서는 삼정KPMG가 딜로이트안진, 삼일PwC를 제치고 1위에 올라섰다. 주식발행시장(ECM) 분야에서는 NH투자증권이, 채권발행시장(DCM) 부문에서는 KB증권이 1위 자리를 놓지 않았다.
CS, 두산그룹 빅딜 대부분 자문
4일 한국경제신문의 자본시장 전문매체 마켓인사이트가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와 공동으로 1~3분기 기업 M&A 자문 실적을 집계한 결과 발표 기준(본계약 체결 시점 기준으로 집계한 경영권 거래·사업부 및 영업양수도 포함)으로 7건, 3조7241억원의 실적을 거둔 CS가 1위 자리를 되찾았다. 상반기엔 SK네트웍스 주유소 매각 1건뿐이었으나 지난 7~9월 무려 6건의 주식매매계약(SPA)을 줄줄이 발표하며 명실상부한 1등 자문사로서의 저력을 과시했다.
구조조정 시장에서의 오랜 경험을 바탕으로 관련 자문을 휩쓸다시피 하고 있다. 두산모트롤BG 매각 자문, 두산솔루스 인수 자문, 두산그룹의 벤처캐피털(VC)인 네오플럭스 인수 자문, 대한항공의 기내식·기내면세품사업부(9906억원) 매각 자문을 맡아 거래를 성사시켰다. 현대백화점그룹의 SK바이오랜드(천연화장품 원료업체) 매각, 칼라일의 약진통상 매각도 CS의 작품이다. 2위는 상반기 최대어 푸르덴셜생명(2조2650억원)의 인수 측(KB금융) 자문을 맡은 JP모간이 차지했다. 폐기물업체 코엔텍과 반도체회사 매그나칩의 파운드리사업부 매각 주관 등 총 3건(3조2975억원)의 자문을 담당했다. JP모간과 함께 푸르덴셜생명 인수 자문을 맡은 KB증권은 골프장 안성Q 매각 자문 실적을 더하며 3위에 이름을 올렸다.
삼정KPMG, 회계자문 1위 탈환
김앤장 법률사무소는 3분기까지 총 46건, 14조726억원의 실적을 거두며 왕좌를 지켰다. 상반기에 푸르덴셜생명 거래 등 조(兆) 단위 거래를 성사시킨 데 이어 3분기 빅딜이었던 EMC홀딩스 거래와 삼성디스플레이의 중국 쑤저우 LCD(액정표시장치) 모듈 제조법인 지분 매각 거래(1조2805억원)에서 매도자 측 자문을 맡아 성공시켰다. 두산모트롤BG, 두산솔루스 매각 등에서 두산 측 자문을 담당하기도 했다.
회계자문 분야에서는 총 29건, 6조8869억원 규모의 거래를 성사시킨 삼정KPMG가 1위의 영광을 되찾았다. EMC홀딩스 거래에서 인수자 측인 SK건설을, 대한항공 기내식·기내면세품사업부 거래에서는 매각자 측 자문을 맡았다. ESG그룹 거래에서는 매각자인 사모펀드(PEF) 운용사 앵커에쿼티파트너스와 인수자인 KKR 양측의 회계자문을 모두 담당했다.
NH證, 한투와 격차 줄어든 1위
유상증자와 기업공개(IPO) 등 ECM 분야에선 NH투자증권과 한국투자증권이 1위 자리를 놓고 접전을 벌이고 있다. NH투자증권은 누적 기준 1조3608억원(16건)의 대표 주관 실적을 쌓아 1위를 유지했지만 3분기 실적이 다소 주춤하며 2위 한국투자증권과의 격차가 줄었다. 2분기 SK바이오팜 상장을 공동 대표 주관한 데 이어 3분기에도 대한항공과 CJ CGV 유상증자, 코람코에너지리츠와 와이팜 IPO 등의 대표 주관을 맡았다.
한국투자증권은 1조1104억원(13건)으로 한 계단 오른 2위를 차지했다. 삼성증권과 함께 카카오게임즈의 공동 대표주관을 맡아 1위 NH투자증권과의 격차를 상반기 말 4026억원에서 3분기 말 2504억원으로 줄였다.
KB證, 8년 연속 DCM 1위 ‘눈앞’
2013년부터 작년까지 DCM 선두를 지킨 KB증권은 올 들어서도 3분기까지 1위 자리를 놓지 않았다. 4분기에 특별한 변동이 없다면 8년 연속 1위를 차지할 가능성이 높다. 올 1~9월 총 487건, 20조2250억원어치 채권(은행채·특수채 제외) 발행을 대표로 주관해 22.4%의 시장 점유율을 기록했다. 일반 회사채와 여신전문금융회사채 부문 1위, 자산유동화증권(ABS) 부문 2위를 차지하며 모든 영역에서 고르게 상위권에 올랐다. 3분기에 에쓰오일(4200억원) 현대건설(4100억원)과 LG유플러스(3000억원) 등 굵직한 회사채 발행에 대부분 참여했다.
NH투자증권은 346건, 16조6718억원 규모 채권 발행을 주관해 KB증권에 이어 2위를 기록했다. 현대건설과 LG유플러스를 비롯해 SK이노베이션(4000억원), 한온시스템(3000억원) 등의 채권 발행을 맡아 실적을 쌓았다.
김리안/임근호/이현일 기자 kn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