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인권이사회는 2006년 유엔총회에서 설립돼 모든 유엔 회원국을 감시 대상으로 두고 있지만, 구체적인 규약이 없어 구속력이 약하다는 한계가 있다. 반면 세세한 규약을 근거로 회원국의 인권 실태를 감시할 수 있는 HRC와 CESCR은 유엔 회원국이 자국 입맛에 따라 가입 여부를 취사선택한다는 한계가 있다. 참정권 등 전통적인 서구적 권리를 강조하는 HRC에는 중국이 가입하지 않고, 물질적 지원을 강조하는 CESCR에는 미국이 가입하지 않는 상황이 ‘인권’이라는 가치가 국제무대에서 얼마나 정치적으로 해석되고 있는지 잘 보여준다.
지난달 17일 한국인 최초로 HRC 18명 위원 중 한 명에 선출된 서창록 고려대 국제대학원 교수(59·사진)는 이같이 여러 기구로 나뉜 인권 관련 유엔 기구를 통합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학자다. 그는 최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냉전시기 이념적 이유로 분절된 구조로 인해 유엔에서조차 실질적인 인권 보장 활동에 한계가 있었다”며 “HRC 위원으로서 유의미한 인권 향상 활동을 하기 위해 유엔 내부에서의 구조개혁 목소리를 내는 데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 교수는 2000년대 초반 국제사회에 북한의 인권 문제를 공론화한 인권운동가다. 1990년대 말부터 2000년대 초까지 이어진 북한의 극심한 식량난과 인권 침해 문제를 집중적으로 알려 2003년 유엔이 북한인권결의안을 채택하는 데 핵심 역할을 했다.
하지만 그는 “당시 무력감을 많이 느꼈다”고 했다. 서 교수는 “유엔에서 북한 내부를 실사할 특별 보고관까지 임명했지만 북한이 이들의 입국을 끝까지 불허했다”며 “실질적인 북한 주민의 인권 향상은 이뤄지지 않았는데 어느새 북한 인권 문제가 정치 이슈로 변질돼 보수진영은 인권을 빙자한 북한 정권 교체론을 주장하고, 진보진영은 북한 인권 실태를 아예 외면하는 상황이 돼버렸다”고 꼬집었다.
2014년부터 6년간 유엔 인권이사회 자문위원으로 활동한 그가 HRC와 CESCR의 통합을 주장하는 이유도 이념에 좌우되지 않는 ‘총체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당장 먹을 식량도 없는 국가에선 참정권보다 생존권이 더 중요한 인권이에요. 그렇다고 시민적 권리를 아예 무시해서도 안 돼요. 장기적으로 지속 가능하지 않기 때문이죠. 어느 권리가 무조건 더 우선한다는 인식은 잘못됐다는 말입니다. 북한 인권운동 경험을 바탕으로 시민적 권리와 경제적 권리를 함께 고려해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알릴 것입니다.”
정의진 기자 justji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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