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포지수 급등·유가 하락…'트럼프 변수'에 커지는 시장 불안감

입력 2020-10-04 17:42   수정 2021-01-02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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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양성 판정이 글로벌 증시에 최대 변수로 등장했다. 한 달도 남지 않은 미국 대선(11월 3일) 정국을 둘러싼 정치·경제적 불확실성이 극도로 증폭되고 있기 때문이다. 간헐적으로 공개되는 트럼프의 건강 상태에 따라 금융시장이 요동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공포지수 뛰고 유가는 급락
트럼프 확진 소식이 전해진 지난 2일 미국 뉴욕증시는 일제히 하락 마감했다. 장중 한때 430포인트 급락했던 다우지수는 134포인트(0.48%) 떨어진 27,682.81로 거래를 마쳤다. 나스닥은 2.22% 미끄러진 11,072.02로 마감했다. 법인세율 인상을 공약으로 내세우고 있는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 후보의 당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대형 기술기업이 많은 나스닥시장에 더 큰 악재가 됐다는 분석이다. 범유럽 지수인 유로스톡스50 역시 0.10% 하락한 3190.93을 기록했다.

월가의 공포 지수로 알려져 있는 시카고옵션거래소(CBOE) 변동성지수(VIX)는 급등했다. 장중 한때 10% 넘게 뛰다 3.48% 오른 27.63으로 마감했다. 국제 유가도 예민하게 반응했다.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11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원유(WTI)는 배럴당 4.3% 떨어진 37.05달러를 기록했다. 지난달 8일 이후 최저치다. 필 플린 프라이스퓨처스그룹 수석애널리스트는 “트럼프 확진이 코로나의 2차 유행에 대한 공포를 키웠다”며 “경제와 에너지업계엔 부정적인 소식”이라고 말했다.

불확실성이 커진 게 가장 큰 문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트럼프의 병세가 깊어지면 대통령이 직무를 수행할 수 없는 유고(有故) 상태에서 차기 대통령을 뽑아야 하는 예측 불허 상황까지 맞을 수 있어서다. 리사 에릭슨 US뱅크 수석부사장은 월스트리트저널과의 인터뷰에서 “시장은 불확실성을 싫어한다”며 “대선 캠페인 막판에 불확실성이 불거졌기 때문에 당분간 변동성이 확대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다만 트럼프의 건강 상태가 명확히 확인되지 않은 상황이어서 증시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란 분석도 만만치 않다. 에스티 드웩 나틱시스인베스트먼트 전략가는 “트럼프 확진 후 글로벌 증시가 즉각적인 반응을 보였지만 방향을 정하기엔 너무 이른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美 부양책 조만간 합의 가능성
2일 트럼프 확진 소식에도 미 증시가 오후 들어 낙폭을 줄인 것은 미 의회의 신규 경기부양책 협상 때문이었다. 타결될 경우 올 상반기와 같은 대규모 유동성이 또 투입되는 조치여서다.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민주당)은 이날 MSNBC에 출연해 “트럼프 대통령이 코로나19에 감염된 뒤 현실을 직시했을 것이어서 부양책 협상의 역학 구도가 바뀔 것”이라며 “우리는 중간 지대를 찾아야 하고 합의에 낙관적”이라고 설명했다.

또 항공업계 지원 방안이 이번 부양책에 포함되거나 별도 법안으로 마련될 것이라고 부연했다. 미치 매코널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도 “부양책 합의가 가까워졌다”고 말했다.

하원을 장악한 민주당은 1일 밤 2조2000억달러 규모의 추가 부양안을 통과시켰지만 트럼프 행정부는 재정 부담을 들어 1조6000억달러를 제시했다. 그동안 합의점을 찾지 못했던 부양책은 트럼프 확진을 계기로 급물살을 타는 분위기다. 코로나19 사태의 심각성이 부각된 데다 트럼프 진영으로선 대형 악재가 터진 상황에서 유권자들이 기대하는 부양책을 마냥 늦출 순 없기 때문이다. 트럼프는 지난 주말 트위터에서 “위대한 미국은 부양책을 원하고 또 필요로 한다”며 “협력해서 마무리 짓자”고 촉구했다.

뉴욕 투자자문사 펀드스트랫의 토머스 블록 전략가는 “대통령 확진은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이 얼마나 심각한지를 일깨워준 사건”이라며 “수개월째 정체 상태인 부양책 협상에 박차를 가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뉴욕=조재길 특파원 road@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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