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 정부 들어 ‘기회의 불공정’ 문제가 이슈로 불거진 건 2018년이다. 상당수 청년이 입사하고 있는 공공기관에서 대규모 채용비리가 발생했다는 소식이 발단이 됐다. 정부는 재발 방지를 약속했지만 비슷한 사건은 이어졌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등 일부 기득권층의 자녀 특혜 의혹에 이어 ‘인천국제공항 사태’ 같은 채용 불공정 논란도 계속됐다.
한국경제신문이 여론조사기관 입소스에 의뢰해 실시한 ‘한국인의 사회·경제적 지위에 대한 국민인식조사’엔 이런 문제의식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진학과 취업 등 사회·경제적 성공을 위한 기회가 얼마나 공정하게 보장되고 있다고 생각하나’라는 질문에 60.3%가 ‘불공정하다’고 답했다. ‘매우 불공정’이 13.6%, ‘불공정한 편’이 46.8%였다. ‘공정하다’는 답은 39.0%에 그쳤다. ‘기회가 불공정하다’는 답은 18~29세(51.9%)보다 30대(57.0%)에서 많았고, 50대(66.7%)에서 가장 컸다. 여성(63.7%)이 남성(56.9%)보다 불공정하다는 응답이 많았다.
조국 사태, 추미애 법무부 장관 논란 등을 반영하듯 기득권층의 자녀 특혜 주기에 대한 비판적 시각이 많았다. 응답자 69.7%가 ‘기득권층이 본인의 자녀에게 기회를 몰아줘 불평등이 커졌다’고 답했다. 세대별로는 40대(76.8%)와 30대(73.9%), 18~29세(70.6%) 등 젊은 층의 불만이 특히 큰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국민의 인식은 ‘수저계급론’으로 이어지는 양상을 보였다. ‘한국 사회에서 사회·경제적 지위가 높아지는 데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것’에 대한 질문에는 ‘부모의 경제력과 사회적 지위’라는 응답(40.3%)이 가장 많았다. ‘본인의 능력과 노력’이란 답은 36.2%였다. 특히 30대는 절반이 넘는 54.6%가 부모의 지위가 성공에 가장 큰 영향을 준다고 답했다.
대학 입시와 법조인을 선발하는 과정이 불공정하다는 문제의식도 컸다. 2022년 서울 주요대학 정시 선발 비중을 30~40%로 확대키로 한 대학교육협의회 계획에 대해 의견을 물어본 결과 69.7%가 찬성한다고 답했다. ‘정시 선발을 30~40%보다 늘려야 한다’는 의견은 36.6%, ‘30~40%가 적당하다’는 견해는 33.1%였다. ‘줄여야 한다’는 21.3%에 그쳤다. 수시 전형 가운데 해외 고교생, 저소득층 등 특정 계층을 배려하는 특별전형에 대한 의견은 엇갈렸다. ‘줄여야 한다’는 응답이 39.5%로 가장 많았다. 하지만 ‘지금보다 늘려야 한다’도 26.5%, ‘지금이 적당하다’도 25.9%에 이르렀다.
법조인 양성 체계에선 사법고시 부활 의견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전체 응답자 중 82.7%가 ‘사시를 부활해야 한다’에 손을 들었다. 구체적으로 ‘현재의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과 사시를 병행해야 한다’는 응답이 48.6%, ‘로스쿨을 없애고 사시만으로 선발하자’는 의견이 34.1%였다. 현행 제도 유지 의견은 10.9%에 머물렀다.
서민준 기자 morando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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