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양대 어문계열을 졸업한 남모씨(25)는 이번이 인턴만 여섯 번째다. 방송사 PD를 꿈꾸는 그는 방송국, 신문사, 대기업 홍보팀 등 회사를 가리지 않고 인턴 자리가 나면 잡고 본다. 남씨는 “인턴이라도 해야 채용 기회가 생길 것 같아 하고 있다”고 했다. 대학 졸업장은 과거 고성장 시대엔 안정적 직장을 보장하는 수단이었다. 지금은 좋은 대학을 나와도 직장을 못 구해 인턴이나 계약직을 전전하는 청년이 대다수다. 대학 졸업자는 많은데 그만큼 양질의 일자리는 부족한 탓이다.
대학가에선 인턴만 전전하는 취업준비생들을 ‘부장 인턴’이라고 부른다. 서울 4년제 대학을 졸업한 이모씨(25)가 그런 사례다. 그는 최저임금을 받으며 한 대기업 마케팅부서에서 인턴으로 일하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취업 원서를 50곳 이상 썼지만 전부 떨어졌다.지금까지 회사 세 곳에서 인턴과 계약직을 전전했다.
올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까지 겹치면서 취업 문이 더 좁아졌다. 전국경제인연합회 산하 한국경제연구원은 전국 4년제 대학 재학생과 졸업생 4158명을 대상으로 ‘대학생 취업인식도 조사’를 한 결과 올해 졸업생의 55.5%가 취업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고 4일 밝혔다.
안정적인 취업을 보장받던 공대생들도 예외는 아니다. 중앙대 토목공학과를 졸업한 정모씨(24)는 지난해 회사 15곳에 원서를 냈는데 전부 탈락했다. 어렵게 딴 토목공학기사, 화학공학기사 자격증도 헛수고였다. 그는 “취업이 불투명하다 보니 요즘은 대학원에라도 가 보자는 동기들이 많다”고 전했다.
양길성 기자 vertigo@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