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일(현지 시각)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진 판정을 받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관련해 화춘잉 중국 외교부 대변인이 "모든 미국인이 대통령과 똑같이 '최상'의 치료를 받기 바란다"고 언급했다. 글의 성격상 미국을 비꼰 것으로 풀이된다.
4일 화춘잉 대변인은 자신의 트위터에 "어제 미국은 4만7000명이 넘는 코로나 신규 확진자가 나왔고 6000명이 사망했다"며 "모든 미국인 환자들이 대통령과 똑같은 '최상'의 치료를 받게 되기를 바란다"고 적었다. 중국은 트럼프 확진 이후 미국과 트럼프 대통령 비판을 자제해왔지만 화춘잉 대변인의 이같은 트윗은 미국에 대한 비판 성격이 짙다는 분석이다.
화춘잉 대변인은 이어 코로나 발원지인 우한 주민들이 최근 마스크 없이 국경절 축제를 즐기는 동영상과 함께 "보라, 이게 중국인들이다" "들어라, 이것이 중국인들의 목소리다"고 적었다. 미국인들은 코로나로 죽어가지만 자신들은 이미 코로나에서 벗어났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중국은 수일 째 코로나 확진자가 발생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미국과 비교하며 중국의 코로나19 대처 상황을 우회적으로 띄우는 모습은 현지 매체에서도 접할 수 있다. 중국 관영 매체 글로벌 타임스는 5일 논평에서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시진핑 주석의 위로는 대국적 풍모를 보여줬다"며 "이 메시지가 중미 정상 간 긍정적인 상호작용을 일으켜 양국 갈등을 완충시키는 역할을 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글로벌 타임스는 "트럼프 대통령 부부의 코로나19 감염 사실이 알려진 뒤 시진핑 주석뿐 아니라 추이톈카이 주미 중국대사와 화춘잉 중국 외교부 대변인도 트위터를 통해 위로를 전했다"며 "이번 위로는 코로나19로 고통받는 미 대통령 부부에 대한 인도주의적 안부"라고 강조했다.
신문은 이어 "시진핑 주석의 위로는 양국의 정치적 갈등이나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적개심에 영향을 받지 않았다"며 "이는 미국 정부의 대중 공세가 지속하는 상황에서 지난 3월 이후 수개월 만에 나온 두 정상 사이의 메시지였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글로벌 타임스는 시진핑 주석의 위로 전문을 높게 평가한 것과 달리 현재 전 세계적인 코로나19 확산의 책임이 미국에 있다고 주장했다.
글로벌 타임스는 또 다른 논평에서 "현재 전 세계 코로나19 사망자가 100만명을 넘어선 것은 미국의 비협조적이고, 무책임한 태도 때문"이라며 "미국에서만 20만명의 사망자가 발생했고 이는 한국전쟁과 이라크 전쟁을 포함한 5번의 전쟁 사망자 수를 합친 것보다 더 많은 숫자"라고 지적했다.
강경주 한경닷컴 기자 qurasoh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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