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5일 '나라살림 마지노선' 재정준칙을 내놓았다. 재정준칙은 국가채무 등 재정 지표가 일정 수준을 넘지 않도록 정한 규범이다.
하지만 2025년부터 적용되는 데다가 각종 예외 조항으로 인해 '맹탕준칙'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박기백 한국재정학회장(서울시립대 교수)는 "재정준칙은 정부가 나라살림을 안정적으로 가져가겠다는 의지이자 신호"라며 "이번 재정준칙 내용은 그런 의지가 충분히 담기지 못해 '립서비스'에 지나지 않는다"고 했다.
이 같은 우려에 대해 정부는 "결코 느슨한 기준이 아니다"며 "재정건전성을 확보하되 심각한 국가적 재난·위기 시 재정역할이 제약받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다음은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안일환 기재부 제2차관, 나주범 기재부 재정혁신국장과의 일문일답.
▷회계연도 기준 2025년도부터 적용하는 이유가 뭔가.
(홍 부총리)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등으로 재정이 가장 악화된 시기의 다음 해부터 준칙을 적용하는 건 적절하지 않다. 해외 다른 국가들도 대개 5년 정도의 유예기간을 둔 경우가 많다. 저희도 2025년부터 적용하도록 하되 그 전까지는 이 준칙의 취지가 존중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다."
▷재정준칙 한도를 법령이 아닌 시행령에 위임하는 게 구속력이 있나.
(홍 부총리) "산식 등 수량적 한도를 시행령에 위임한다고 해서 법적 구속력이 없는 건 아니다. 오히려 법에 한도를 규정했을 경우 위기 시에 시간이 지체돼 문제가 될 수 있다. 한도는 시행령에 반영하는 게 적절하다고 본다."
▷재정준칙에서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비율 한도를 60%로 설정한 건 너무 느슨한 게 아닌가.
(홍 부총리) "올해 코로나19 극복을 위한 네 차례 추가경정예산 편성 과정에서 이미 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이 44%로 올라간다. 지금 전망으로 2024년 국가채무비율은 50% 후반으로 갈 수밖에 없다. 재정준칙은 그런 여건을 고려해 설정했다. 시뮬레이션해보시면 알겠지만 결코 느슨한 기준이 아니다."
▷통합재정수지의 경우 GDP 대비 -3%를 한도로 제시했다. 왜 관리재정수지가 아닌 통합재정수지를 기준으로 사용했나.
(홍 부총리) "국제통화기금(IMF)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등 국제사회에서 통용되는 기준이 통합재정수지다. 또 통합재정수지는 관리재정수지를 포괄하는 개념이다. 통합재정수지를 관리한다는 것은 관리재정수지와 사회보장성 기금 수지도 관리한다는 의미다."
※통합재정수지는 정부 총 수입에서 총 지출을 뺀 것, 관리재정수지는 여기서 국민연금 등 4대 사회보장성 기금을 제외한 것을 말한다. 4차 추경 기준 올해 통합재정수지 적자비율은 GDP 대비 ?4.4%다. GDP 대비 관리재정수지 적자비율은 이보다 높은 -6.1%다.
▷산식을 보면 곱셈 조건이다. (GDP 대비 국가채무비율/60%) X (GDP 대비 통합재정수지 적자비율/-3%)가 1 이하면 한도를 충족하는 것으로 설계를 했다. 재정준칙을 도입한 다른 나라에서 이런 산식을 사용하는 나라가 또 있나.
(안일환 제2차관) "이 산식은 채무와 수지를 복합적으로 쓰는 것으로 우리나라의 특징이라고 보시면 될 것이다. 국가채무비율이 60%가 되기 전까지는 수지가 -3%보다는 더 확대돼도 되지만, 국가채무비율이 60%를 넘게 되면 수지 개선을 굉장히 적극적으로 해야 한다. 향후 국가채무비율이 60%를 넘지 않도록 하겠다는 생각이 반영돼있다."
▷재정준칙이 정한 한도를 어겨도 불이익이 없다 보니 재정준칙이 결국 권고사항에 그칠 것이란 비판도 나온다.
(홍 부총리) "선진국 준칙에도 대부분 처벌 조항은 없다. 재정준칙은 누구를 대상으로 처벌을 한다기보다 국민적 감시 아래서 재정건전전성을 고려하도록 하는 압박 요인으로서 충분히 효력이 있다."
▷심각한 국가적 재난이나 경제위기 시 재정준칙 적용을 예외로 하는데 이 '경제위기'는 구체적으로 어떤 수준인가.
(안일환 제2차관) "일정한 조건에 대해서는 입법 과정에서 더 구체적으로 설명드리겠다. 지금 어느 정도 기준은 있지만 계량적 숫자로 사전에 밝히기는 어렵다. 전문가 협의 등을 거쳐 구체화할 것이다. 면제 여부 판단은 국회 심의를 거친다."
(나주범 재정혁신국장) "심각한 국가재난이나 경제위기와 관련해 판단을 누가할 것인지는 아직 구체적으로 결정된 바 없다."
구은서 기자 k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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