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 5일은 애플 창업자 스티브 잡스가 타계한 지 9년이 되는 날이었다. 그가 생전 애플에서 이루고자 했던 것은 두 가지였다. “나의 목표에는 언제나 위대한 제품을 만드는 것뿐만 아니라 위대한 회사를 세우는 것까지 포함돼 있었습니다.” 월터 아이작슨이 쓴 《스티브 잡스》의 한 구절이다. 잡스는 1997년 최고경영자(CEO)에 복귀한 이후 췌장암으로 세상을 뜨기 전까지 14년 동안 이 두 가지 목표에 집중했다.
이 기간 동안 애플의 행보를 살펴보면 주력 사업이 끊임없이 변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잡스 복귀 직후 선보인 제품은 컬러풀한 디자인의 일체형 PC 아이맥이었다. 적자에 허덕이던 애플을 흑자로 돌아서게 한 일등공신이다. 2001년 처음 내놓은 휴대용 음악 플레이어 아이팟으로 시장 1위에 올랐다.
팀 쿡 CEO 체제로 바뀐 뒤에도 애플은 꾸준히 변신하고 있다. 애플뮤직에 이어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애플TV플러스 등 서비스 분야로 사업 영역을 확대했다. 매년 한 제품만 출시하던 아이폰은 여러 종류로 세분화됐다. 애덤 라신스키가 《애플 인사이드》에서 소개한 쿡의 말이다. “우리가 지구상에 존재하는 이유는 훌륭한 제품을 만들기 위함이며, 그 사명은 변치 않을 것이라 믿습니다. 우리는 끊임없이 혁신하고 있습니다.” 잡스의 가장 큰 유산은 이렇게 혁신이 가능한 조직 문화일 것이다.
비단 애플뿐만이 아니다. 변화와 혁신은 기업이 살아남기 위한 필수조건이다.
마이크로소프트(MS)도 변화를 통해 위기에서 벗어났다. 사티아 나델라가 CEO에 취임한 2014년 MS는 전례 없는 위기에 빠져 있었다. 주력 분야인 윈도, 오피스 등 PC 소프트웨어 사업에서 고전하고 있었고 새로운 흐름이던 모바일 분야에선 애플, 구글에 시장을 빼앗겼다. 나델라의 《히트 리프레시》에서 그의 고민을 엿볼 수 있다. 그는 “CEO가 되고 나서 내가 첫 번째로 한 질문은 ‘MS가 존재하는 이유는 과연 무엇인가’였다”며 “우리가 존재하는 이유는 사람들이 우리 제품으로 더 많은 힘을 얻게 하는 데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는 ‘클라우드 퍼스트’를 슬로건으로 내걸고 B2B(기업 간 거래) 시장에 집중했다. 모바일 시장은 포기했다. 그 결과 MS는 제2의 전성기를 보내는 중이다.
세계 최대 콘텐츠 기업이 된 넷플릭스도 1997년 창업 당시에는 온라인 DVD 대여 업체에 불과했다. 10년 뒤인 2007년에 지금의 온라인 스트리밍 서비스를 시작했고, 2013년 처음으로 오리지널 콘텐츠를 제작했다. 창업자인 리드 헤이스팅스 CEO는 《규칙 없음》에서 “우리의 문화는 규칙이 없는 것이 규칙”이라며 “기업문화 덕분에 우리는 지속적으로 성장하며 세상이 변하는 속도에 맞춰 같이 변화를 모색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행복한 가정은 서로 닮았지만, 불행한 가정은 모두 저마다의 이유로 불행하다.” 레프 톨스토이의 소설 《안나 카레니나》의 유명한 첫 문장이다. 기업도 마찬가지다. 시대를 읽는 통찰력과 실행력, 경쟁력은 물론 운까지 모든 요소를 충족시킬 때 성공할 수 있다. 하나만 어긋나도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게 된다. 행복한 가정만큼이나 성공한 기업이 어려운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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