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정진 셀트리온그룹 회장(사진)은 6일 ‘코리아 인베스트먼트 페스티벌(KIF) 2020’ 발표자로 나와 “한국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진단·방역뿐 아니라 치료·예방에서도 미국과 유럽에 뒤지지 않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셀트리온이 개발 중인 코로나19 치료제 ‘CT-P59’의 임상 2상은 이르면 다음달 말 끝난다.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조기 사용승인을 받으면 연말께엔 환자 투약이 가능하다.
반면 한국의 의료 시스템은 조기 진단이 가능하다고 평가했다. 여기에 셀트리온의 코로나19 치료제가 연말 사용 승인을 받을 경우 한국 국민이 최우선적으로 치료제를 투약받을 수 있다는 게 서 회장 얘기다. 새로운 코로나19 치료 후보물질을 발굴해 임상에 들어간 회사는 미국 제약사 리제네론과 일라이릴리 정도다.
서 회장은 “해외에서 경쟁 치료제보다 낮은 가격을 책정해도 충분히 이익을 낼 수 있다”고 했다. 셀트리온은 코로나19 치료제 개발에 1500억~3000억원을 쓸 예정이다.
치료제 개발 일정도 순항 중이다. 서 회장은 지난 3월 온라인 기자간담회 등에서 밝힌 코로나19 치료제 로드맵대로 개발이 진행되고 있다고 했다. 당시 서 회장은 ‘상반기 동물 대상 임상’→‘7월 임상 1상 시작’→‘9월 임상 2상·상업 생산 시작’→‘12월 조기 승인’ 계획을 밝혔다.
서 회장은 셀트리온그룹이 향후 10년간 연평균 70% 이상의 영업이익 증가율을 기록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영업이익은 이르면 내년 2조원, 2025년에 8조원을 넘을 것으로 전망했다.
서 회장은 2030년엔 세계 1위 회사가 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그는 “세계 1위인 로슈의 영업이익이 연 10조원 정도인데 현재 성장 속도론 10년 내에 따라잡을 수 있다”고 말했다.
최근 주식시장에 불고 있는 바이오 기업 투자에 대해서는 우려도 나타냈다. 서 회장은 “바이오 기업 주가도 매출과 영업이익 등 숫자로 평가받아야 한다”며 “수년째 매출·영업이익이 없는 회사에 투자하는 건 투기와 같다”고 했다. 창업한 바이오기업 경영자들에게는 “회사의 희망을 사실인 것처럼 말해서는 안된다”며 “자칫 바이오업계 전체가 신뢰를 잃을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유망한 후배 창업자는 아낌없이 지원하겠다고 했다. 셀트리온은 앞으로 총 2조원의 자금을 마련해 초기 스타트업에 투자할 예정이다.
서 회장은 올해 말 셀트리온그룹을 떠나 창업할 회사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피 한 방울로 집에서 건강을 확인할 수 있는 시스템 구축이 목표다. 서 회장은 “매일 건강검진을 하고, 데이터가 병원으로 전송되면 필요한 약이 배송될 수 있는 새 플랫폼을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이 플랫폼 접속자가 늘면 다양한 사업이 가능할 것이란 얘기다. 서 회장은 “헬스케어 회사가 미국 아마존과 경쟁하는 날도 올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우섭 기자 dut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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