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디스플레이가 미래 디스플레이 기술로 점찍어놓은 '퀀텀 나노 발광다이오드(QNED)'에 대한 상표권을 출원하면서 삼성과 LG가 또다시 '작명 싸움'을 벌이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앞서 LG전자가 지난달 한국과 해외 특허청에 QNED라는 상표권을 선제적으로 출원하자, 삼성디스플레이도 최근 국내외에 동일한 명칭의 상표권을 내놓으면서다.
6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디스플레이는 지난달 25일 특허청 '키프리스'에 QNED, NED, QDNED 등 상표권 3종을 출원했다. 삼성은 해당 상표가 적용될 수 있는 지정 상품으로 TV, 사이니지, 모니터, 스마트폰 등의 디스플레이 20가지를 제시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지난해 연간으로 2건밖에 상표권을 출원하지 않았는데, 올해는 LG전자가 QNED 관련 상표를 출원한 이후 한 달 만에 3건이나 신규 상표 출원을 진행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한국 뿐만 아니라 미국, 유럽연합(EU), 호주 등에도 각각 QNED 상표권을 출원했다.
LG전자는 삼성디스플레이보다 한 발 빠른 지난달 7일 특허청에 QNED·QNLED·NQED 등의 상표권을 출원했다. 미국, EU, 호주 등 3개 지역에서도 이들 3건을 모두 등재했다.
특히 LG전자는 '(파리)조약에 의한 우선권제도'를 활용해 이번 상표권을 출원한 것으로 파악된다. 이는 조약에 가입한 국가에서 상표권을 출원한 후 6개월 이내 동일 상표를 타국에 출원할 경우 우선권을 주장할 수 있는 제도다.
LG전자는 지난 3월26일 카리브해 서인도제도 최남단에 위치한 도서국가 트리니다드토바고에서 QNED 등의 상표권을 최초 출원한 후 약 6개월 만인 지난달 잇따라 국내외에 상표권을 신청했다. QNED 상표권 등록이 결정될 경우 국내에서도 해외서 이 상표권을 출원한 일자에 소급해 권리가 발생한다.
해당 방식은 정보통신(IT) 업계서 애플, 구글 등이 신제품 출시 전 제품명 등을 감추고 싶을 때 주로 사용하는 방식이지만, LG전자 측은 다양한 미래 디스플레이 기술을 검토 중인 가운데 관련 상표권 선점을 위해 출원했다는 입장이다.
삼성과 LG가 상표권을 제출한 QNED는 나노로드라 불리는 긴 막대기 모양의 미세한 청색 LED를 발광소자로 삼는 방식이다. 유기물이 발광하는 유기발광다이오드(OLED)와 달리 무기물이 발광하는 QNED는 긴 수명과 번인 프리 등 퀀텀닷(QD) 기술, OLED의 장점을 결합한 차세대 기술로 평가 받는다.
QNED는 지난해 삼성디스플레이가 미래 먹거리로 점찍어 13조원대 대규모 투자를 발표한 'QD 디스플레이' 기술의 연장선으로 평가된다. 삼성디스플레이는 내년을 목표로 QD 디스플레이 양산을 위한 준비를 진행하고 있다.
반면 아직까지 LG전자가 공식적으로 QNED 관련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는 소식은 전해지지 않았다. 때문에 업계에선 삼성이 공식적으로 개발에 착수한 QD 디스플레이 관련 상표를 LG전자가 선제적으로 출원한 것을 두고 일종의 '견제' 차원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다만 일각에선 LG전자가 QNED 상표권을 먼저 출원하긴 했어도, 선점은 쉽진 않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특허청은 통상 특정 업체에게 업계의 일반적인 기술용어를 상표권으로 인정하지 않기 때문이다.
실제 삼성전자와 LG전자는 과거 각각 'OLED' 'QLED' 등의 각 사의 대표 제품에 대한 상표권을 출원하며 '작명 싸움'을 벌였지만, 특허청은 "공익상 특정인에게 독점시키는 것이 적당하지 않다"며 등록을 거절한 바 있다.
배성수 한경닷컴 기자 baeba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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