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선한 바람이 부는 가을엔 생각이 많아지고 자연스레 혼자 있는 시간을 찾게 된다. 어디론가 훌쩍 떠나고픈 마음이 저절로 들게 되는 요즘, 제주도는 나 홀로 여행하기 매우 좋은 곳이다. 자연과 함께하는 여행지가 많고 관람의 편의성을 위해 산책로 조성 등 정비가 잘돼 있기 때문이다. 차를 빌려 나만의 시간을 가지며 쉽게 여행할 수 있지만 덜컹거리는 버스를 타고 제주의 정겨움과 기다림의 미학을 만끽하는 혼자만의 여행도 가능하다. 제주도의 여행지 중 사색에 빠지며 홀로 여행하기 좋은 곳을 소개한다.
서귀포시 색달동 인근에 있는 1100고지 습지는 한라산 고원지대에 형성된 대표적인 산지 습지다. 1100도로의 가장 높은 곳에 있는 1100고지 습지는 다양한 습지의 모습과 그 생태를 바라보며 생각에 잠기기 좋은 곳이다. 관람객도 크게 붐비지 않아 혼자 방문하게 되면 조성된 산책로를 따라 제주 자연의 독특하고 희귀한 모습을 보며 많은 생각을 할 수 있는 곳이다. 나무 데크로 이뤄진 자연생태 탐방로가 잘 조성돼 있어 여유로운 산책을 만끽할 수 있다.
1100고지 습지는 현무암으로 이뤄진 한라산의 지질 특성으로 담수량은 많지 않지만 야생동물에게 중요한 물 공급원 역할을 하고 있다. 그렇기에 한라산 고유식물인 한라물부추와 멸종위기 야생동물 1급인 매, 천연기념물인 황조롱이 등이 서식하고 있다. 산책로에서 만나기는 쉽지 않지만 운이 좋다면 하늘을 가로지르는 야생 조류를 관찰할 수 있을 것이다. 고민을 훌훌 털어버리듯 제주 하늘을 날아다니는 새를 보며 가지고 있던 고민을 날려버리는 것도 좋겠다.
1100고지 습지는 멸종위기종 및 희귀종이 서식하고 독특한 지형에 발달한 고산 습지로서의 가치가 인정돼 우리나라에서 12번째로 람사르 습지에 등록됐다. 제주는 오름과 곶자왈 등 독특한 자연환경에서 홀로 여행을 즐길 수 있지만 다양한 생물과 독특한 지형을 그대로 볼 수 있는 습지 탐방은 생각의 정리뿐만이 아니라 독창적인 생각도 저절로 얻을 수 있지 않을까. 자연이 주는 색다른 체험을 하고 싶다면 1100고지 습지를 탐방하는 것을 추천한다.
서귀포시 서홍동에 있는 서귀포칠십리시공원은 서귀포와 관련된 시비 12기와 노래비 3기 등 문화 예술과 자연을 동시에 체험하고 즐길 수 있는 곳이다. 시내에 있는 공원이지만 주변의 소음은 거의 들을 수 없으며 상당히 넓은 면적을 자랑하기에 홀로 여행왔다면 산책하며 생각 정리하기에 알맞은 공원이다. 주로 시민들이 이용하는 공원이지만 대부분 자신만의 운동을 위해 이용하기 때문에 조용한 풍경을 즐길 수 있으며 접근성이 좋아 꼭 한 번은 들러 서귀포의 낭만을 즐겨보길 추천한다.
서귀포칠십리시공원은 삼매봉 입구에서 절벽을 따라 600m 구간에 조성된 공원으로 제주 올레 6코스에도 속해 있다. 또한 서귀포시에서 만든 ‘작가의 산책길’에도 포함돼 있어 제주 문화를 즐기며 여유로운 산책을 할 수 있는 공원이다. 전체적으로 산책로가 잘 조성돼 있고 주변으로 조형물과 시가 적혀 있는 비석, 연못 등이 있어 다양한 풍경을 즐길 수 있다. 다양한 시를 읽어보며 천천히 산책하다 보면 어느새 마음 한쪽에 제주도, 서귀포가 자연스럽게 들어오게 된다.
공원 안쪽의 전망대라고 할 수 있는 포인트에서는 천지연 폭포를 멀리서 볼 수 있는데 뒤로 보이는 한라산과 함께 주변 산림이 어우러지는 절경이 운치 있어 최고의 전망 포인트라고 할 수 있다. 웅대하게 떨어지는 천지연 폭포를 바라보며 많은 생각과 고민을 정리해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공원이 주는 편안함과 여행지라고 할 만큼 다채로운 볼거리가 많은 서귀포칠십리시공원은 홀로 제주 여행을 하게 되면 한 번쯤 방문해보길 추천한다.
제주도의 하천은 대부분 건천이지만 창고천은 항상 맑은 물이 흐르고 주변에 있는 식생이 다양한 하천으로 유명하다. 특히 하류 구간은 천연기념물 제377호로 지정된 안덕계곡 상록수림 지대와 도고샘을 비롯한 아름다운 경관을 볼 수 있어 색다른 제주 자연을 만끽하며 제주 여행을 즐길 수 있을 것이다. 조면암으로 형성된 특유의 기암절벽을 가까이서 볼 수 있어 더욱 특별한 체험을 할 수 있으며 흐르는 물소리와 함께 마음도 평안해지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
창고천생태공원 내 길을 따라가다 보면 다양한 생태 포인트를 만나게 된다. 그중에서도 도고샘은 기암절벽과 나무들로 이뤄진 자연환경이 수려하며 안덕계곡 생수 용출 장소 중 가장 높이 있어 겨울에는 따뜻하고 여름에는 시원한 물이 솟아나는 곳이다. 제주만이 지닌 독특한 자연환경을 즐길 수 있는 창고천생태공원은 아름다운 계곡이 주는 운치를 그대로 느낄 수 있어 사색에 빠지는 여행을 하고 싶다면 방문하는 것을 추천한다.
제주여행에 관한 자세한 정보는 제주관광정보사이트 ‘비짓제주’에서 찾을 수 있다.
제주=글·사진 최병일 여행·레저전문기자 skycb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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