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이 자사 홈페이지와 매장에서 경쟁사 헤드폰·무선스피커 판매를 중단했다. 오디오장비 시장 확대 진출을 앞두고 있어 경쟁이 예상되는 타사 제품을 미리 빼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5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애플은 이달 들어 애플스토어 매장 직원들에게 타사 스피커와 헤드폰 제품을 매장 진열대에서 빼라고 지시했다. 지난달 말부터는 온라인 애플스토어에서 소노스, 보스, 로지텍 등 타사의 헤드폰·이어폰 제품을 대거 삭제했다.
온라인 사이트에서 애플이 판매하는 스피커 제품은 애플의 홈팟과 자회사 비츠필의 스피커만 남았다.
애플은 지난달부터 타사 제품 삭제 조치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스피커·이어폰 제조업체인 얼티메이트이어즈 관계자는 "앞서 애플은 9월부터 애플스토어에서 타사 스피커를 취급하지 않겠다고 통보했다"고 CNBC에 말했다.
주요 외신들은 애플이 자사 오디오 부문 확장에 나서면서 타사 견제 조치에 나섰다고 보고 있다. 과거에도 신제품 출시 전에 경쟁사 제품을 내린 사례가 있어서다.
애플은 2014년 애플워치 출시를 발표한 직후엔 온·오프라인 애플스토어에서 경쟁이 예상되는 타사 제품의 판매를 중단했다. 스마트워치가 아니라도 손목 밴드형 웨어러블 기기라면 매장에서 빠졌다. 핏빗, 나이키, 조본 등의 제품 판매를 단계적으로 중단했다.
현재 온라인 애플스토어에 남은 타사 제조 스피커는 파이오니어사의 회의실용 스피커 뿐이다. 블룸버그통신은 "파이오니어의 제품은 회의실용 스피커라서 애플이 내놓을 것으로 예상되는 차기 신제품과는 겹치지 않는다"고 분석했다. 로지텍의 제품 중 오디오장비가 아닌 웹캠, 키보드 등도 매장에서 계속 판매한다.
애플은 기존엔 오디오장비로 에어팟과 에어팟프로, 스마트스피커 홈팟만 개발·판매하고 있다. 자회사 비츠를 통해서도 스피커와 이어폰을 판매하지만 비중은 높지 않은 편이다. 이때문에 지난 수년간 애플스토어에서 타사 오디오와 스피커 제품을 판매해왔다.
그러나 애플이 올들어 오디오 부문 발넓히기에 본격 나서면서 사정이 바뀌었다. 지난 1분기 애플의 애플워치와 에어팟 등 기타 하드웨어 부문 매출은 전년대비 37% 급증했다. 애플워치는 2015년 3월, 에어팟은 2016년 12월 출시한 제품이다. 초반엔 큰 시장 호응을 얻지는 못했으나 차차 '스테디셀러'로 부상했다.
애플은 고급형 오버이어 무선 헤드폰 '에어팟 스튜디오(가칭)'와 저가형 홈팟 출시를 앞두고 있다. 오는 13일엔 아이폰12 시리즈 등 신제품을 공개한다. 블룸버그통신은 “헤드폰은 이르면 연내 시장에 출시될 전망”이라며 “이때문에 경쟁사 제품 판매 중단에 나섰다”고 보도했다.
애플 측은 이번 조치에 대해 “수요 트렌드에 따라 애플스토어에서 판매하는 제품을 정기적으로 바꾸기 때문에 제품을 내린 것”이라고 주장했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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