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사진)이 6일 '한국형 재정준칙'을 시행령이 아닌 법으로 규정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전날 재정준칙의 양대 지표인 국가채무비율(60%)과 통합재정수지(-3%)의 구체적 수치를 시행령에 담아 2025년부터 적용하겠다고 발표했지만 구속력 없는 '맹탕 준칙'이라는 비판이 일자 수정할 뜻을 내비친 것이다.
홍 부총리는 이날 정부세종청사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어 "재정준칙을 반드시 시행령으로 해야 한다는 건 아니다"며 "이 문제는 국회와 잘 상의해서 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국세 감면한도를 시행령으로 정한 예도 있고 해서 (재정준칙을) 시행령으로 정했고 시행령도 개정되려면 국무회의 거치고 행정부가 고치려면 국회와 많은 협의가 전제돼야 해서 바꾸기 쉽지 않다"며 "하지만 대다수 국민이 시행령보다 법이 타당하다고 하면 (법으로 제정하는 것도) 배제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홍 부총리는 이날 간담회를 자청해 재정준칙 관련 비판에 대해 조목조목 반박했다. 그는 "재정준칙이 너무 느슨한 것 아니냐고 하는데 현재 통합재정수지가 기준선인 -3%를 초과하고 있기 때문에 결코 느슨하지 않다"며 "적어도 5년에서 7년 정도는 이 준칙이 적합하며 결코 꼼수가 있어서 그렇다는 건 눈곱만치도 생각을 하지 않았다"고 항변했다. 재정준칙 지표로 관리재정수지(통합재정수지-4대 보장성 기금)가 아닌 통합재정수지(총수입-총지출)를 쓴 것에 대해선 "관리재정수지는 우리 내부적으로 만든 것으로 국제적으로는 통합재정수지를 쓴다"며 "통합재정수지 내에 관리재정수지가 있기 때문에 재정당국과 국민이 모두 다 감시할 것"이라고 했다.
홍 부총리는 재정준칙에 예외가 너무 많다는 지적도 받아들일 수 없다고 했다. 그는 "예외없이 준칙을 강력하게 제시하고 준수하겠다고 하면 비난을 안받겠지만 코로나19 사태처럼 국가적 위기 때 준칙에 얽매여 재정이 역할을 못한다면 옳은 일인가"라며 "재정 건전성과 재정 책임성이 같이 존중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시행 시기를 2025년으로 정한 것에 대해선 "앞으로 4년 간은 과도기로 2025년부터 준칙을 적용하려면 2022년과 2023년에 준칙을 존중할 수밖에 없다"며 "선진국들도 재정준칙을 도입하면서 4~5년씩 유예기간을 뒀다"고 소개했다.
끝으로 홍 부총리는 "이번에 정한 재정준칙이 고정불변한 준칙이 될 순 없다"며 "5년마다 재검토해서 그 때 상황에 따라 조금 더 허용하거나 강화하는 형태로 적용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정인설 기자 surisur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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