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일 개천절 서울 광화문광장 일대에 설치된 경찰 차벽을 두고 논란이 계속되자 경찰이 적법성을 재차 강조하고 나섰다.
경찰청은 6일 기자단에 배포한 설명자료에서 "코로나19 감염 예방을 위한 접촉 차단의 목적을 달성하려면 차벽 외 다른 적정하고 효율적인 수단이 없다"며 "해산명령 등은 여러 명이 집결해 감염병 확산 위험이 현실화한 이후 수단이기 때문에 예방에 적합하지 않다"고 밝혔다.
이어 "다수가 운집할 가능성이 있는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 일시적으로 차벽을 설치했고, 광화문 인근 거주자, 상인 등과 일반 차량은 통행을 보장하면서 집회 참가자만 선별해서 차단했다"고 덧붙였다.
경찰청은 또 "차벽이 아닌 경찰력으로 다수인의 집결 차단을 시도할 경우 경찰관의 감염 우려도 있다"며 "실제 광복절 집회에 투입된 경찰 8명이 확진 판정을 받았고, 다른 경찰은 결과가 나올 때까지 근무 현장에 투입되지 못해 치안 공백이 발생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경찰은 3일 광화문광장 일대에 300여대의 경찰버스로 차벽을 세우고 펜스를 쳐 광장 전체를 봉쇄했다. 정부는 코로나19 방역을 위해 불가피한 조치였다는 입장이지만, 야당과 보수단체에서는 과잉 대응이라고 비판했다.
경찰이 헌법상 기본권인 집회의 자유를 침해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헌법재판소는 2009년 노무현 전 대통령 추모 집회 당시 서울광장 주변에 등장했던 경찰 차벽에 대해 2011년 위헌이라고 판단한 바 있다.
이에 대해 경찰청은 "헌재는 차벽 설치 자체를 위헌이라고 한 것이 아니라 '비례의 원칙을 위반한 과도한 차벽 설치'가 위헌이라고 판시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서울시도 집회를 금지했고, 법원도 경찰 금지 통고의 적법성을 인정했다"며 "차벽 설치는 공동체 안전을 위협하는 불법 집회 시도를 차단하기 위한 조치로, 경찰은 합법적인 집회의 자유를 침해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김창룡 경찰청장은 전날 기자 간담회에서 9일 한글날 집회에 대해 "개천절과 같은 조치가 필요하다면 그렇게 할 것"이라며 차벽 설치 가능성을 시사했다.
서울경찰청은 "광복절 집회 이후 감염병 확산 방지를 위해 방역 당국이 설정한 특별방역 기간은 11일까지로, 이 기간 서울시 전역은 10인 이상 집회, 광화문 등 도심권은 일체 집회가 금지돼 있다"고 밝혔다. 이어 "이런데도 일부 단체에서는 9일 대규모 집회를 추진하고 있다"며 "집회 자제를 요청한다. 집회가 개최될 경우 특별방역이 잘 마무리될 수 있도록 필요한 조치를 다 해나갈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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