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 정부가 오는 11월 미국 대통령 선거 이전에 김여정 북한 조선노동당 제1부부장의 미국 방문을 중개하고 있다고 요미우리신문이 복수의 한미일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7일 보도했다.
이른바 '옥토버서프라이즈(October Surprise·10월의 이변)'를 노린 시도지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걸리고,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의 방한이 취소되면서 성사여부는 절망적인 상태라고 이 신문은 전했다.
한미일 정부 관계자들에 따르면 한국은 북한의 비핵화협의 재개를 위해 미국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미국과 북한의 고위급 회담을 추진하고 있다. 선거전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는 트럼프 대통령이 외교에서 점수를 얻어 재선에 성공하면 나중에 신세를 갚을 것이라는 식으로 북한을 설득했다.
당초 한국은 북미 양국 정상회담을 모색했다. 하지만 미국 측의 전격적인 철수로 끝난 2019년 하노이 북미정상회담이 만에 하나 재현되면 김정은 북한 노동당위원장의 권위 실추를 면할 수 없다는 점이 부담으로 작용했다. 대안으로 부상한 카드가 김정은 위원장의 동생인 김여정 부부장의 미국 방문이었다. 지명도가 높고 북한에서 탄탄한 권력기반을 가진 김여정 부부장이라면 트럼프 대통령과 폼페이오 국무장관의 회담 상대가 될 수 있다는 계산이었다.
지난 8월20일 국회정보위원회에서 국가정보원이 "김여정이 국정전반에 대해 위임통치를 하고 있다"고 보고한 것은 "방미를 향한 정지작업"이라고 한미일 관계자는 말했다. 김 부부장이 지난 7월10일 담화에서 미국 독립기념일 행사가 수록된 DVD를 꼭 얻고 싶다고 밝힌 것도 '방미의 사인'이라고 이 관계자는 전했다.
걸림돌은 회담의 주제였다. 비핵화협의와 관련해 미국은 북한이 영변 핵시설폐쇄 이상의 조치를 1단계로 요구하는데 대해 북한은 대북제재의 전면적인 해제를 원하고 있다. 지난달부터 이어진 한미 양국간 고위급 교섭에서 한국 측이 해결책으로 제시한 것이 한국전쟁의 종전선언이었다. 북한에는 '체제 보증'의 실마리가 되고 트럼프 대통령 입장에서도 선거전에 내세울 수 있는 외교성과가 된다는 계산이었다. 문재인 대통령이 9월22일 국제연합(UN) 연설에서 종전선언에 대한 국제사회의 협력을 요청한 것도 이를 위한 포석이라고 요미우리신문은 분석했다.
지난달 22일 해양수산부 공무원 A씨가 서해 소연평도 북측 해역에서 북한군에 사살된 직후 김정은 위원장이 이례적으로 사과문을 낸 것도 "북미 관계에 악영향을 주는 것을 피하기 위해서"라고 관계자는 말했다.
한국은 이달 7~8일로 예정됐던 폼페이오 국무장관의 방한을 통해 김여정 부부장의 방미를 최종 조율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갑작스런 방한 취소로 인해 협의가 사실상 어렵게 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과 북한이 계속해서 김여정 부부장의 방미 기회를 엿볼 것으로 보인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도쿄=정영효 특파원 hug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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