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 오른 사법부 국정감사 첫날, 키워드는 '방탄' '카르텔'

방탄과 카르텔. 제21대 국회의 사법부 국정감사 첫날을 요약하는 키워드를 꼽자면 이렇다.

7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가 대법원과 법원행정처 등을 대상으로 국감을 진행하는 가운데 각종 의혹과 비판에 이들 단어가 등장했다. 법원행정처와 전·현직 판사들을 두고 여야가 말로 '꼬집기'에 나선 것이다.

김진애 열린민주당 의원은 '방탄판사단'이라는 용어를 사용했다. 김 의원은 이날 대법원 국정감사에서 이른바 '사법농단' 의혹을 받는 판사에 대한 징계 규정이 부실한 것을 두고 "방탄판사단 아니냐"고 질타했다.

김 의원은 "사법농단 의혹과 관련한 판사 66명 중 절반만 징계위원회에 회부되고, 그 가운데 10명만 기소됐다"며 "기소된 판사들도 줄줄이 무죄가 나오는 것을 보면 '방탄판사단'이 아닌가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이어 "법원이 제출한 최근 5년간 법관 내부징계 현황자료에 따르면 징역 4년, 5년을 받고도 실질적으로는 정직 1년만 받았다"며 "이는 판사의 특권을 보호하려는 것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장제원 국민의힘 의원은 여당을 겨냥해 '방탄국회'란 표현을 썼다. 장 의원은 추미애 법무부 장관 아들의 군 복무 시절 휴가 특혜 의혹과 관련해 야당이 신청한 33명의 일반 증인 중 단 한명도 채택되지 못한데 대해 강한 불만을 나타내며 "추 장관 아들 관련 증인에 더불어민주당이 전원 미동의해 단 한 명도 채택되지 못했다"며 "민주당이 '방탄국회'를 한다지만 도대체 누구한테 묻고 누굴 감시하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용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법원의 주유비 지출이 연말에 지나치게 몰려있고 많다는 점을 지적하며 '방탄'을 언급했다. 김 의원은 "2015년부터 올해까지 각급 법원의 주유비 집행기록 중 하루 2차례 이상 동일차량 중복주유, 과다결제 사례가 전국 법원에서 지속적으로 나타났다"며 "'카드깡'이나 '횡령'이 의심된다. 법원에서는 쓰는 관용차는 무슨 특별한, 방탄 차량을 쓰는 것이냐"고 물었다.

영장을 발부하지 않는 것을 두고 '카르텔'이라는 표현도 나왔다. 김진애 의원은 "지난해 이맘때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을 대상으로는 한 달 동안 70여곳을 압수수색했는데, 사법농단 관련 의혹을 받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에 대해선 '주거 평안'을 위해 영장을 발부하지 않는다"고 짚으며 "이게 판사 카르텔 아니냐"고 했다.

또 판사 출신인 나경원 전 의원의 자녀 의혹과 관련한 압수수색 영장이 잇따라 기각된 점을 들며 "알게 모르게 판사 카르텔이 작동한 것 아니냐"고도 했다. 김 의원은 "일반 국민의 영장 기각률은 1％인데 나경원 전 의원 수사와 관련한 영장은 통째로 기각됐다. 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냐"면서 "나 전 의원도, 그의 남편인 김재호 서울고법 부장판사도 모두 서울대 법대 82학번"이라고 짚었다.

이에 대해 나 전 의원 등과 대학 동기인 김인겸 법원행정처 차장은 국감에서 "저는 나 전 의원과 남편뿐 아니라 조국과도 대학 동기”라고 언급했다.

안효주 기자 j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