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슬 퍼런 경쟁당국의 제재조치에 기업이 불이익을 감수하고 불복하는 데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고 봐야 할 것이다. 특히 이번 사건은 특정 기업 차원을 넘어 플랫폼산업 전반에 미칠 파장이 크다. 시장 획정(劃定)부터 그렇다. 공정위는 온라인 쇼핑 검색서비스 시장과 직접 이용자에게 물건을 판매하는 오픈마켓을 별도 시장으로 봤다. 그러나 네이버는 쇼핑 검색서비스에서 출발해 자체 오픈마켓까지 연 경우로, 시장 획정에 논란이 생길 수밖에 없다. 쇼핑 검색과 오픈마켓을 다 비교해가며 이용하는 소비자 관점에서 보면 서로 경쟁하는 하나의 시장으로 생각할 수 있다. 융·복합으로 업(業)의 경계가 갈수록 모호해지는 점에서 납득할 만한 시장 획정 잣대부터 마련돼야 할 것이다.
알고리즘 개선·변경을 모두 조작으로 몰고 갈 수 있는지도 논란이다. 알고리즘도 데이터가 더해지거나 소비자의 새로운 속성이 포착되면 진화해야 한다. 학습 기준 자체를 다 편향이고 조작으로 본다면 이를 피해갈 알고리즘이 없다. 수많은 알고리즘 작업 중에서 공정위 입맛에 맞는 증거만 골라 제재를 가하면 기업이 승복 못할 것은 당연하다. 시장점유율 상승이 불공정 행위 탓인지 경쟁력 향상 덕인지 가려내는 것도 중요하다. 소비자 선택에는 노출 빈도뿐 아니라 수수료, 결제시스템 등 다양한 요인이 영향을 미친다고 보는 게 합리적이다.
그동안 공정위의 시정명령과 과징금 부과 조치가 막상 법원에 가서는 뒤집히는 경우가 비일비재했다. 공정위가 전문성을 제대로 갖췄는지 의구심이 강하게 제기되는 이유다. 기업이 승복할 수 없는 논리와 근거로 제재를 남발하면 경쟁당국의 신뢰가 추락하고, 기업은 기업대로 엄청난 피해를 감수해야 한다. 이번 제재가 ‘온라인 플랫폼 공정화법’ 제정의 당위성을 강조하기 위한 공정위 포석이라는 해석도 있다. 공정위는 온라인 플랫폼 기업들을 타깃으로 한 별도 법 제정이 정당성이 있는지부터 되돌아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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