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막 오른 국감…與는 정부 감사할 건가, 감싸기만 할 건가

입력 2020-10-07 17:46   수정 2020-10-08 00:18

거대 여당이 국회를 장악한 가운데 21대 첫 국정감사가 26일까지 진행된다. 18개 상임위원장을 독차지한 더불어민주당이 국감을 어떻게 운영해 나갈지가 관심사다. 정부·여당이 정치적으로 ‘한집안’이고 속된 말로 ‘한통속’이기도 하지만, ‘입법부의 행정부 감시·견제’라는 국회 고유의 책무도 엄연히 있기 때문이다.

산적한 국가·사회적 현안과 난맥상인 국정 아젠다를 봐도 올해 국감은 특별히 중요하다. 첫날인 어제 국방부 국감에서 핵심 이슈가 된 ‘서해 민간인 피격’의 진실 규명과 이를 계기로 본 남북관계부터 재정지출을 극대화해도 살아나지 않는 경제까지, 제대로 감사하자면 20일로는 모자랄 판이다.

쟁점으로 부각된 노동개혁, 월례행사처럼 대책을 쏟아내고도 잡지 못한 집값, 악화되는 청년실업과 양극화, 탈원전 부작용 등 각론으로 가면 국민 시각에서 따지고 추궁할 사안이 널렸다. ‘포스트 코로나’ 대응책도 점검해야 한다. 어제 기획재정위에서 야당이 문제를 제기한 ‘뉴딜 사업’도 642개 중 70%가 기존 사업을 포장만 바꾼 것이어서 ‘올드 딜’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이런데도 여당은 너무도 낯익은 구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법제사법위에서는 ‘추미애 아들 의혹’을 규명하자며 야당이 신청한 증인 33명 중 한 명도 채택되지 못했다.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 등에서도 ‘방탄 국감’ ‘맹탕 국감’이라는 논란이 빚어졌다. 각 부처를 감싸고 도는 여당을 보면 국감을 하자는 건지, 오히려 훼방을 놓겠다는 건지 의문이 들 정도다.

이런 식의 정부 껴안기는 여당에도 득 된다고 보기 어렵다. 당장은 편할지 몰라도 건전한 비판과 최소한의 자기반성 없이는 정치도 행정도 퇴보할 수밖에 없다. 앞서 코로나 핑계로 국감 기간을 절반으로 줄이자고 했을 때 여론이 어땠는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한편’이라고 봐주기만 하다가 국정이 엇나갈 경우 어떤 상황이 빚어질지도 살펴야 하고, 잘못된 정책에 대한 책임은 큰 덩치 그대로 여당이 전부 져야 한다는 사실도 알아야 한다.

역설적으로 야당의 역량이 더 중요해졌다. 이런 정치환경에서도 이미 다 나온 자료를 짜깁기하거나 기사스크랩 몇 건을 들고 호통이나 치고, 늘 하던 대로 정책비판이 아니라 비난만 하다가는 ‘만년 약체’라는 소리를 더 크게 듣기 십상이다. 새로운 ‘팩트’로 국정 오류를 집어내고, 부실 정책은 실증적·과학적 논리로 입증해 내도 살아날까 말까다. 거대 여당이 정부를 보호하려 할수록 야당은 밤을 새워서라도 ‘총력전’으로 파고들어야 한다. 국감이라는 게 본래 야당의 무대다. 무대를 장악하려면 능력과 노력, 아니면 용기라도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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