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적한 국가·사회적 현안과 난맥상인 국정 아젠다를 봐도 올해 국감은 특별히 중요하다. 첫날인 어제 국방부 국감에서 핵심 이슈가 된 ‘서해 민간인 피격’의 진실 규명과 이를 계기로 본 남북관계부터 재정지출을 극대화해도 살아나지 않는 경제까지, 제대로 감사하자면 20일로는 모자랄 판이다.
쟁점으로 부각된 노동개혁, 월례행사처럼 대책을 쏟아내고도 잡지 못한 집값, 악화되는 청년실업과 양극화, 탈원전 부작용 등 각론으로 가면 국민 시각에서 따지고 추궁할 사안이 널렸다. ‘포스트 코로나’ 대응책도 점검해야 한다. 어제 기획재정위에서 야당이 문제를 제기한 ‘뉴딜 사업’도 642개 중 70%가 기존 사업을 포장만 바꾼 것이어서 ‘올드 딜’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이런데도 여당은 너무도 낯익은 구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법제사법위에서는 ‘추미애 아들 의혹’을 규명하자며 야당이 신청한 증인 33명 중 한 명도 채택되지 못했다.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 등에서도 ‘방탄 국감’ ‘맹탕 국감’이라는 논란이 빚어졌다. 각 부처를 감싸고 도는 여당을 보면 국감을 하자는 건지, 오히려 훼방을 놓겠다는 건지 의문이 들 정도다.
이런 식의 정부 껴안기는 여당에도 득 된다고 보기 어렵다. 당장은 편할지 몰라도 건전한 비판과 최소한의 자기반성 없이는 정치도 행정도 퇴보할 수밖에 없다. 앞서 코로나 핑계로 국감 기간을 절반으로 줄이자고 했을 때 여론이 어땠는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한편’이라고 봐주기만 하다가 국정이 엇나갈 경우 어떤 상황이 빚어질지도 살펴야 하고, 잘못된 정책에 대한 책임은 큰 덩치 그대로 여당이 전부 져야 한다는 사실도 알아야 한다.
역설적으로 야당의 역량이 더 중요해졌다. 이런 정치환경에서도 이미 다 나온 자료를 짜깁기하거나 기사스크랩 몇 건을 들고 호통이나 치고, 늘 하던 대로 정책비판이 아니라 비난만 하다가는 ‘만년 약체’라는 소리를 더 크게 듣기 십상이다. 새로운 ‘팩트’로 국정 오류를 집어내고, 부실 정책은 실증적·과학적 논리로 입증해 내도 살아날까 말까다. 거대 여당이 정부를 보호하려 할수록 야당은 밤을 새워서라도 ‘총력전’으로 파고들어야 한다. 국감이라는 게 본래 야당의 무대다. 무대를 장악하려면 능력과 노력, 아니면 용기라도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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