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차 시장에 대기업 진출길 열리나…박영선 "독점방지·상생방안 찾아야"

입력 2020-10-08 17:46   수정 2020-10-09 00:48


중고차 시장에서 대기업 진출 허용 여부를 놓고 고심 중인 정부가 강도 높은 상생협력을 조건으로 허용하는 쪽에 무게를 두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은 8일 국정감사에서 중고차 시장에 대기업 진출을 막아야 한다는 이수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주장에 “연간 중고차 시장이 22조원이고, 판매 대수도 200만 대가 넘어서는 규모로 봤을 때 생계형 적합업종 규모를 넘어선다”고 답했다. 산업경쟁력과 소비자보호 측면을 내세워 작년 11월 중고차 시장의 생계형 적합업종 지정(대기업 진출 불가)이 ‘부적합하다’고 밝힌 동반성장위원회와 같은 입장을 나타낸 것이다.

정부는 2013년부터 대기업의 중고차 시장 진출을 막아왔다. 이날 박 장관은 “산업경쟁력 측면에서 외제차는 중고차까지 함께 취급하는데, 국내 브랜드 완성차만 시장진입이 안된다는 형평성 논란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영세 중고차 판매자의 시장점유율이 크다 보니 소비자들이 불편을 겪는다”며 “소비자 입장에서 중고차 시장도 디지털 시대를 맞아 변화를 가져와야 하고 신뢰를 쌓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중고차시장에선 벤츠 BMW 도요타 등 수입차 브랜드가 시장을 넓혀가며 국내 대기업들이 역차별을 받아왔다. 매년 1만 건의 소비자 불만이 접수되는 등 서비스 질도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박 장관은 “독점이 문제”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생계형 적합업종 지정보다 독점을 방지하면서 상생할 수 있는지가 관건”이라고 했다.

그는 “중기부에선 상생하는 쪽으로, (대기업과 영세업체 간) 이해관계를 조정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사실상 ‘상생협력 조건부 허용’ 입장을 내비친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중기부는 이달이나 다음달 독립기구인 심의위원회에 안건을 올려 중고차 매매시장의 생계형 적합업종 지정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이날 국감에선 소상공인에게 피해를 주는 외국계 유통기업과 배달 플랫폼업체에 대한 질타도 이어졌다. 신영대 민주당 의원은 “코스트코 매장 한 곳 매출이 4조1700억원에 달하는데 불법 개업이 적발되면 물어야 할 과태료는 4000만원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상생협력법이 정부 눈치를 보지 않는 외국계 기업에는 적용이 안 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엄태영 국민의힘 의원은 주요 배달앱 3사(배달의민족·요기요·쿠팡이츠) 자료를 분석한 결과 과도한 배달수수료 탓에 음식값의 30%가 배달 관련 비용으로 빠져나가고 있다고 밝혔다.

여야 의원들은 이날 증인으로 나온 강신봉 딜리버리히어로코리아 대표와 김범준 우아한형제들 대표 등을 상대로 소상공인과 상생 협력할 것을 촉구했다. 구자근 국민의힘 의원에 따르면 폐업한 소상공인의 경우 창업에서 폐업까지 걸리는 기간이 평균 6.4개월이고, 4030만원의 빚을 안은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당 권명호 의원은 영세 소상공인을 위해 만든 노란우산공제가 최근 5년간 의사 변호사 약사 세무사 등의 가입 건수가 3만5990건에 달하는 등 일부 고소득 전문직의 ‘세테크’ 수단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안대규/민경진 기자 powerzanic@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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