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액 1조6000억원 ‘라임자산운용 사태’의 주범인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이 강기정 전 청와대 정무수석에게 로비 목적으로 5000만원을 건넸다고 증언했다.
서울남부지방법원 형사11부(부장판사 이환승)는 8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 변호사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이 모 전 스타모빌리티 대표에 대한 공판을 진행했다. 김 전 회장은 이날 공판에서 증인으로 출석해 “2019년 7월 5만원짜리 현금 다발로 5000만원이 담긴 쇼핑백을 이 전 대표에게 전달했다”며 “이후 이 전 대표가 (강 수석에게) 인사를 잘하고 나왔고 금품이 전달했다는 취지로 말했다”고 밝혔다.
광주 MBC 사장 출신인 이 대표는 라임 사건의 정관계 연결고리 역할을 했다는 의혹을 받는 인물이다. 앞서 김 전 회장은 검찰 조사에서 “이 대표가 여권 고위층을 연결해줬다”고 주장해왔다.
김 전 회장은 이날 공판에서 금감원의 라임 조사를 무마하기 위해 정관계에 로비한 사실이 있다고 증언했다. “이 대표의 지인인 김 모씨(열린우리당 부대변인 출신)가 주선해 이종필 라임 부사장과 함께 정무위원회 소속 김 모 의원실을 찾아갔고, 김 의원이 금감원에 전화했다”고 했다. 이 전 대표가 중간에서 돈을 가로챘을 가능성에 대해서는 "본인의 경비 명목으로 돈을 가져갈 상황이 아니었다"고 했다.
다만 이 전 대표는 강 전 수석에게 금품을 전달한 사실이 없다고 반박하고 있다. 이 전 대표 측 변호인은 지난달 열린 공판에서 "피고인이 김 전 회장에게 돈을 받았다는 검찰의 주장은 진술에만 근거했을 뿐 증거가 없다”고 주장했다.
양길성 기자 vertig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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