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람코자산신탁이 연내 거래 완료를 목표로 서울 신림동의 대형 쇼핑몰인 포도몰 인수를 추진하고 있다. 인수 자금 마련을 위해 국토교통부에 리츠(부동산투자회사·REITs) 설립을 신청하는 등 인수 작업이 마무리 단계에 들어갔다.
교직원공제회와 행정공제회 등 주요 기관투자가들의 출자를 받아 조성한 4000억원대 규모 코람코 블라인드 펀드 3호의 투자금이 투자되는 첫 번째 사례다.
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코람코자산신탁과 DWS자산운용(옛 도이치자산운용) 사이의 신림동 포도몰 인수 거래가 마무리 단계에 들어갔다. 코람코자산신탁은 인수 자금 조달을 위해 국토교통부에 ‘코람코 가치투자 부동산 제3의1호 자(子)리츠’ 영업등록을 신청하고 승인을 기다리고 있다.
코람코자산신탁이 리츠 영업등록 신청서에서 밝힌 전체 사업 은 2512억원이다. 이 금액에는 양도세 등 자산 인수를 위한 부대 비용이 포함돼 있다. 이를 제외한 실제 인수금액은 2000억원 초반대인 것으로 알려졌다.
2009년 준공된 포도몰은 지하 8층~지상 15층, 연면적(건축물 바닥면적의 합) 3만7700㎡(1만1422평) 규모 대형 쇼핑몰이다. 신림역(서울 지하철 2호선)과 연결돼 유동인구가 많은, 서울 서남권의 거점 쇼핑몰로 꼽힌다. 건물 10~15층은 롯데시네마가 임차해 사용하고 있으며 영풍문고도 주요 임차인이다.
코람자산신탁은 전체 인수금액 중 851억원 가량을 에쿼티(지분) 투자로 마련하고 나머지 금액은 대출과 임대보증금으로 충당할 예정이다. 에쿼티 투자 금액은 코람코자산신탁이 지난 4월 설립한 ‘코람코 가치투자 부동산 제3호 모(母) 리츠’(블라인드 펀드 3호)의 투자금으로 조달한다.
블라인드 펀드 3호는 코람코자산신탁이 국내 주요 기관투자가들의 출자를 받아 조성한 4000억원 규모 펀드다. 교직원공제회(2000억원), 행정공제회(800억원), 경찰공제회(400억원), 군인공제회(400억원), 농협중앙회(400억원)가 투자자로 참여했다. 이 펀드의 연간 목표 내부수익률(Net IRR 시준)은 8%대로 알려졌다.
블라인드 펀드는 구체적인 투자 대상을 정하지 않고 개괄적인 투자 전략과 목표수익률만을 제시한 채 투자금을 모으는 펀드를 말한다.
코람코자산신탁은 각각 2016년과 2018년에 블라인드 펀드 1·2호를 통해 3300억원의 자금을 조달한 바 있다. 이 펀드 자금으로 서울 다동에 있는 구 한국씨티은행 빌딩, 충남 천안에 있는 천안 갤러리아 센터시티를 사들였다. 서울 강남역, 신촌역, 중계역, 사당역 등 서울 주요 역세권에 있는 여러 상업시설도 1·2호 펀드의 주된 투자 대상이었다.
블라인드 펀드 1·2호가 양호한 성과를 보이면서 앞선 두 개 펀드의 설정액을 합한 금액보다 더 큰 규모로 세 번째 블라인드 펀드를 조성할 수 있었다.
코람코가 조성한 블라인드 펀드 3호는 모자(母子) 리츠 방식으로 구성된다. 개별 자(子)리츠들이 부동산 자산을 보유하고 모(母)리츠는 자(子)리츠의 지분을 소유하는 방식이다.
이번 신림 포도몰 투자는 코람코 블라인드 펀드 3호의 첫 번째 투자다. 코로나 19 바이러스 감염증 사태로 주춤했던 국내 기관투자가들의 쇼핑몰 투자가 재개되는 신호탄으로 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애초 코람코자산신탁은 지난 2월 이 빌딩의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지만 코로나 19 사태가 터지며 거래가 중단됐다. 지난 6월 우선협상 기간이 종료됐지만 한 차례 연장한 끝에 거래가 성사될 수 있게 됐다.
업계에서는 코람코자산신탁이 코로나 19 바이러스 확산이 쇼핑몰 매출에 미치는 악영향을 근거로 애초에 제시했던 인수 가격보다 더 낮은 가격으로 거래를 마무리지을 수 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코람코 블라인드 펀드는 건물을 사들인 뒤 보유하는 전략뿐 아니라 매입 후 리모델링 공사로 자산 가치를 높이는 밸류애드(Value-added)등 다양한 투자 전략을 활용하고 있다. 구 한국씨티은행 빌딩이 리모델링 공사를 통해 자산 가치를 끌어올린 대표적인 사례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신림 포도몰도 매입 후 리모델링 작업에 들어갈 가능성이 작지 않은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코람코자산신탁 관계자는 “현재 연내 거래 완료와 쇼핑몰 운영 개시를 목표로 협상이 진행 중”이라며 “국내 주요 기관투자가들의 투자금을 모아서 만든 블라인드 펀드 3호의 첫 번째 투자 대상”이라고 설명했다.
홍선표 기자 ricke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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