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세트 클럽 63만원…골프용품 시장 뒤흔드는 '초저가 공습'

입력 2020-10-08 17:33   수정 2020-10-09 10:11


30대 회사원 오경락 씨는 인터넷으로 국내 한 골프용품사의 골프공을 구입했다. 150개들이 한 박스가 16만원. 공 1개당 1066원꼴이다. 그는 “골프 초보라 한 번 나가면 공을 20개씩 잃어버리는데 굳이 비싼 공을 쓸 필요가 없다는 생각”이라며 “어디서 공을 샀는지 물어보는 친구가 많다”고 말했다.

초저가 골프용품이 틈새시장을 빠르게 파고들고 있다. 골프 인구 500만 명 시대를 맞아 ‘가성비’를 중시하는 골퍼의 증가세와 맞물린 가격 대중화다. 1만원대 골프공, 60만원대 풀세트, 10만원대 거리측정기 등이 대표적이다.
포장지 빼고, 대량으로 팔고

‘골프공은 더즌(12개)으로 판다’는 공식을 깬 곳은 국산 골프공 브랜드 다이아윙스다. 1슬리브(3개)와 더즌 단위 박스 포장을 버리고 50개 단위, 150개 단위로 주머니에 넣어 판매하고, 필요한 이들에게 박스만 별도로 팔아 골퍼들 사이에서 ‘가성비 갑 브랜드’ 이미지를 굳혔다.

2018년 출범한 이 브랜드는 고객들로부터 제품에 대한 ‘선금’을 받은 뒤 물건을 제공하는 방식으로 거래했다. 최근 새로운 거래 형태로 자리잡은 ‘클라우드 펀딩’ 방식과 비슷하다. 폭발적인 반응이 이어졌고 투자자가 몰리면서 성장세가 가팔라졌다. 정상화 다이아윙스 대표는 “첫해 50만 개를 주문했는데 바로 동이 났고 지난해는 100만 개 넘게 팔았다”며 “올해는 200만 개가 모두 팔릴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가성비 골프공의 원조 격인 코스트코의 자체 브랜드(PB) ‘커크랜드’ 골프공도 점유율을 빠르게 넓혀가고 있다. 한때 웃돈을 얹어 거래할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가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업체의 사정으로 없어진 제품이다. 지난해 판매를 재개하자 “이전 모델과 큰 차이가 없다”는 입소문이 나면서 다시 인기다. 가격은 24개에 3만3490원. 개당 1395원으로 다른 브랜드 대비 4분의 1 수준이다. 커크랜드는 최근엔 6만원짜리 웨지까지 내놔 저가 클럽 돌풍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달 골프공 시장에 뛰어든 카카오VX도 한 달 만에 성공적으로 시장에 안착했다는 게 업계 평가다. 캐릭터에 친숙한 신세대 골퍼들의 취향을 잡은 데다 가격도 ‘절반’ 수준에 불과해 시장을 빠르게 파고들었다. 온라인 전문 판매로 유통원가를 낮춰 3피스는 2만7000원, 4피스는 3만6000원이란 가격을 이끌어냈다.

배성만 카카오VX 본부장은 “올해 매출 목표 수량을 출시 한 달 만에 모두 소진했다”며 “온라인 판매 전략이 비대면 소비 트렌드와도 맞아떨어져 호응을 얻은 것 같다”고 했다.
클럽·거리측정기도 저가 돌풍
유명 골프 브랜드 캘러웨이골프가 내놓은 ‘에지(edge) 시리즈’도 극초저가 브랜드로 명성을 얻고 있다. 드라이버 하나 값으로 사실상의 ‘풀세트’를 소비자에게 제공한다. 코스트코를 통해 판매하고 있는 에지는 드라이버와 우드, 하이브리드, 아이언 6개, 퍼터를 포함한 가격이 62만9000원이다. 입문자가 치기 어려운 롱아이언과 높은 각도의 웨지를 과감히 빼고 구성했다. 업체 관계자는 “코로나19 여파로 골프 입문자가 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한 제품”이라고 말했다.

수십만원에 달하는 제품이 주를 이루는 거리측정기 시장도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골프존데카가 지난달 신제품 ‘GB 레이저 라이트’를 14만9000원에 내놓으면서다. 고가 모델인 보이스캐디 SL2(94만9000원) 하나 살 돈이면 6대를 구입할 수 있다. 정주명 골프존데카 대표는 “실속파 골퍼들에게 매력적인 제품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조희찬 기자 etwood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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