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히트' 공모주 청약에 신용대출 5조…은행들 "꼭 돌아와 줘"

입력 2020-10-09 08:00   수정 2020-10-09 13:18


방탄소년단(BTS) 소속사로 유명한 빅히트엔터테인먼트 공모주 일반청약 이후 대형 은행들의 고심이 깊어졌다.

지난 5일과 6일에 진행된 빅히트 일반 청약에는 역대 2번째로 큰 규모인 58조4000원이 몰렸다. 은행의 마이너스통장(한도대출)과 수시입출금식 예금 계좌에서도 큰 돈이 빠져나갔다. 공모에 실패한 자금이 은행으로 다시 유입되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게 은행들의 우려다.

9일 은행권에 따르면 신한 국민 하나 우리 농협 등 5대 은행의 지난 6일 기준 개인신용대출 잔액은 131조5789억원이다. 지난달 말 126조3868억원에 비해 5조1930억원 늘었다.

5대 은행 신용대출 잔액은 매달 1%포인트 가량 오르내린다. 코로나19로 인한 자금수요와 ‘역대급’ 저금리가 겹친 지난 8월 5대 은행 신용대출 잔액은 한달 새 4조700억원 가량이 불어 월간 증가폭으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하지만 이달들어선 단 6일만에 5조원 넘게 증가해 8월 한 달간의 증가폭을 넘어섰다.



은행 신용대출이 급속히 불어난 건 빅히트 공모주 일반청약 때문이라는 게 은행들의 설명이다. 개인들이 이미 뚫어놓은 마이너스 통장에서 돈을 돌려 증권사 계좌로 넣었다는 것이다. 빅히트 공모 일반 청약은 지난 5일 다소 주춤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6일 마감을 앞두고는 BTS 팬클럽 아미 등도 가세하면서 열기를 나타냈다. 최종 경쟁률은 607대 1에 달했다. 공모 규모인 9626억원의 500배 이상 자금이 몰린 셈이다. 신한은행 신용대출 잔액은 지난 6일 단 하루만에 1조4721억원 늘었다. 국민, 우리, 하나은행에서도 같은 날 각각 8000억~1조1000억원 가량의 대출금이 불었다.

거의 이자를 주지 않는 수시입출금식 통장 등 은행 요구불계좌에서도 상당한 금액이 증권사로 빠져나간 것으로 추산된다. 9월 30일 기준 5대 은행 요구불 잔액은 585조5317억원이었다. 6일만에 10조7581억원이 줄었다.

빅히트 청약에 참여한 개인은 청약증거금 1억당 2주씩을 받는다. 나머지 청약에 실패한 증거금은 일반청약 종료 2영업일 뒤인 이날(8일) 돌려받는다. 대부분 증권사 홈트레이딩시스템(HTS)과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은 청약준비금을 넣을 때 환불금을 증권계좌에 그대로 둘지, 기존에 납입을 한 계좌로 환급할 지 개인 결정에 맡긴다.

최근엔 증시 활황으로 환불금을 증권계좌에 남겨두고 투자에 활용하는 사례가 늘었다는 게 증권사들의 설명이다. 빅히트에 앞서 일반 청약을 한 SK바이오팜, 카카오게임즈 등에서도 비슷한 현상이 벌어졌다. 앞서 삼성증권에서 카카오게임즈에 청약한 개인 중 환불계좌로 은행을 지정한 고객은 10% 가량에 불과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증권사들도 이 점을 잘 알고 환불금을 잡으려는 마케팅을 펴고 있다. 한국투자증권은 공모주 청약에 참여한 소비자가 펀드, 랩어카운트 등에 투자하면 추가 혜택을 준다. 삼성증권도 추첨을 통해 최대 300만원의 상품권을 주는 이벤트를 벌이고 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청약증거금은 증시 투자 대기자금으로 보고 활발히 마케팅을 벌이고 있다”고 말했다. 저축은행들도 청약환불금을 노리고 중도에 해지해도 약속한 이자를 주는 특판 단기 예금을 내놓고 있다.

은행들은 신용대출의 급증세로 이어질지 특히 신경쓰고 있다. 올들어 ‘빚투(빚내서 투자)’와 ‘영끌(영혼을 끌어모아 대출)’ 현상이 심화하면서 금융당국이 ‘신용대출 속도조절’을 요구했기 때문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일주일 가량이 지나면 개인이 환불금을 얼마나 마이너스 통장 등으로 되돌릴지 판가름날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대훈 기자 daep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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