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우섭 기자의 바이오 탐구영역] OQP "거절된 감사보고서 조만간 채택 기대"

입력 2020-10-08 16:13   수정 2020-10-08 18:08



자동차 내장재 회사에서 신약 개발 회사로 변모하고 있는 온코퀘스트파마슈티컬(OQP)을 다녀왔습니다. 이 회사는 카펫 등 자동차용 내장재를 생산해 현대자동차에 공급하던 두올산업이 전신입니다. 난소암 등 항암 신약을 개발 중인 캐나다의 바이오기업 온코퀘스트의 무형 자산을 사들이면서 지난 4월 이름을 바꿨습니다.

이 회사는 호된 신고식을 치렀습니다. 회사의 감사를 담당한 회계법인이 무형자산의 가치 등에 대한 적절한 평가가 이뤄졌는지 판단하기 어렵다며 반기 감사보고서를 채택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이창현 OQP 대표는 “현재 회사의 상황과 신약 후보물질(파이프라인) 등을 이해시키고 그동안 문제가 됐던 부분을 해소하는 과정이다”라고 말했습니다. 기존에 감사를 맡았던 회계법인에 더해 유명 로펌과 회계법인에 도움을 요청했습니다. 이 대표는 “조만간 감사보고서 채택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초유의 무형자산 인수
두올산업이 온코퀘스트 인수를 저울질한 시점은 작년 11월께 입니다. 한국의 PIM자산운용이 다리를 놓았습니다. 온코퀘스트 쪽이 필요한 건 임상 자금이었습니다. 이 회사는 당시 미국 식품의약국(FDA) 임상 3상을 앞두고 있었습니다. ‘오레고보맙’이란 물질이죠. 난소암 발병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진 ‘CA-125’에 결합하는 항체치료제입니다.

온코퀘스트는 오레고보맙으로 임상 3상에 실패한 경험이 있습니다. 마디 마디얄라칸 온코퀘스트파마슈티컬(OQP) 의장이 1992년부터 연구해온 물질입니다. 중간에 기술 수출 형태로 글로벌 제약사에 넘겨졌지만 3상에 실패했습니다. 30년에 가까운 연구 기간 탓에 임상 자금이 모자랐습니다.

온코퀘스트는 2019 회계연도 말 기준 자본금 203억원에 자산 41억원의 자본잠식 상태였죠. 연간 순손실은 67억원이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두올산업은 처음에 임상 3상에 필요한 7500만 달러를 투자해달란 제안을 받았습니다. 7500만 달러치 지분인 20% 안팎을 주겠다는 것이었습니다.

두올산업은 부담이 됐습니다. 1대 주주도 아닌데다 회사 자금 7500만 달러를 해외로 내보내는 결정은 쉽지 않습니다. 더군다나 전문성이 부족한 바이오 산업이었죠. 가치 평가가 쉽지 않은 신약 개발 기업이라 더 고심했습니다.

두올산업 측은 온코퀘스트가 보유한 파이프라인의 가치와 지식재산권(IP), 특허 평가 등을 법무법인과 회계법인을 통해 검증했습니다. 직접 캐나다 본사에 방문해 실사하는 과정도 6개월가량 진행했죠.

결국 두올산업은 첫 제안과 완전히 다른 형태의 제안을 하게 됩니다. 특이하고 복잡한 구조입니다. 투자금 대신 바이오 회사 지분을 사는 것이 아니라 온코퀘스트가 보유한 무형자산을 매입했습니다. 최대 주주 지위는 넘겨줄 예정입니다.

두올산업은 이를 위해 유상증자 및 전환사채(CB) 발행을 통해 임상 자금을 마련했습니다. 신주 발행 등으로 마련한 자금과 내부 유보금 700억원 등을 임상 비용으로 쓸 예정입니다.

반대 급부로 OQP는 현재 특허와 약물 물질에 대한 권한 등을 온코퀘스트로부터 넘겨받고 있습니다. FDA 임상 현황에도 오레고보맙 임상을 이끄는 회사는 온코퀘스트가 아닌 OQP로 돼 있습니다.

무형자산 인수와 지분 정리가 끝나면 최대 주주는 온코퀘스트 측이 올라서게 됩니다. 2대 주주는 중국 제약사인 헤파링크가, 두올산업 측은 3대 주주가 됩니다.

다만 경영권은 두올산업과 온코퀘스트가 동등하게 행사할 수 있습니다. 합의서를 통해 분쟁 여지는 최대한 줄였습니다. 온코퀘스트 측과 두올산업 측은 이사진을 각각 4명씩 두기로 했습니다. 본사 등도 한국에 둘 예정입니다. 캐나다 온코퀘스트 측엔 17명의 인력이 있습니다. 연구는 마디 의장이 주도합니다.

이처럼 복잡한 방식의 지분 양수도 과정을 거치는 과정에 우여곡절도 많았습니다. OQP 설립을 헤파링크는 반대했습니다. 이 회사 역시 오레고보맙의 가능성을 보고 지분을 투자해 들어온 회사입니다. 오레고보맙 임상 3상이 시작되면 홍콩 증시에 합작사를 세워 상장을 하려했다고 합니다. 구체적인 기업공개(IPO) 준비작업도 진행했습니다. 하지만 중국과 캐나다의 정치적 이슈 문제로 투자와 상장이 지연됐죠.
3상 돌입한 오레고보맙
회사의 가치는 오레고보맙이 대부분을 차지합니다. 난소암 치료제죠. 진단율이 7~14% 밖에 되지 않아 생존률이 높지 않은 질병입니다. 생체표지자(바이오마커)도 있습니다. 난소암 환자에게 많이 발견되는 CA-125입니다. 오레고보맙이 CA-125와 결합하면서 면역세포인 T세포를 활성하는 방식입니다. 바이오마커가 있는 후보물질은 신약으로 개발될 확률이 세 배 정도 높다고 합니다.

말씀드린 것과 같이 이미 3상에 실패한 약물입니다. 단독요법으로 한 것이 패착이었습니다. 현재는 병용 치료로 방향을 틀었습니다.
<section dmcf-sid="AIb1h1GUsf">현재 17개국에서 오레고보맙의 임상 3상에 참여할 환자 602명의 모집에 들어간 상황입니다. 기존 화학치료제인 파클리탁셀, 카보플라틴과 병용 투여했을 때 면역항암 치료 효과 여부를 확인하기 위한 임상이죠.

구체적인 작용 기전과 효능은 OQP 2편에서 보도록하겠습니다.

김우섭 기자 dut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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