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고대부터 이어져온 과학계 화두…'물질이란 무엇인가'

입력 2020-10-08 17:12   수정 2020-10-09 01:53

“진정한 양자 물질의 세계는 산속에 은둔해 무술 연마에만 몰두하는 무림 고수의 세계와 비슷하다. 실험실 밖으로 잘 나오지 않는다. 그 무림 세계를 지배하는 굵직한 계파 이야기를 공유하려고 한다. 이 책에서 다루는 계파, 즉 양자 물질은 초전도체, 초액체, 양자 홀 물질, 그래핀, 디랙 물질, 위상 물질 등이다. 조금 신기하게 들릴 수도 있겠지만, 빛도 물질이다.”

한정훈 성균관대 물리학과 교수는 《물질의 물리학》에서 현대물리학의 가장 큰 분야인 응집물질물리학을 소개하며 이같이 밝힌다. 저자는 지도교수 데이비스 사울레스의 2016년 노벨물리학상 수상을 계기로 여러 차례 대중 강연을 하고 해설을 기고했다. 그는 이 과정에서 제한된 시간과 지면에 답답함을 느껴 긴 호흡으로 ‘물질’에 대해 대중과 이야기를 나누고자 이 책을 구상했다고 말한다. 고대 그리스의 ‘4원소설’부터 양자과학 시대 위상 물질까지를 스토리텔링과 비유로 설명한다.

응집 물질이라고 하면 일반 독자뿐만 아니라 물리학 연구자들에게도 어렵게 다가온다. 이 책에 따르면 응집 물질은 액체나 고체처럼 입자 간 상호작용이 강한 물질로 반도체, 금속, 자석 등 지구에서 가장 흔한 형태의 물질이다. 저자는 이 개념이 생겨난 역사와 각종 에피소드를 흥미롭게 전달한다.

그는 원자 개념 가설을 맨 처음 세운 그리스의 사상가 데모크리토스에 대해 “아주 매력적인 가설을 천장에 매달아준 인물”이라고 평한다. 만물이 물과 불, 공기, 흙으로 이뤄져 있다는 4원소설이 고대 그리스부터 19세기까지 이어졌다는 사실을 지적하며 “데모크리토스의 가설 덩어리를 주방으로, 정설로, 진리의 세계로 끌어내리기 위해 과학자들은 200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주방에서 분주하게 일했다”고 말한다.

저자는 물질을 연구하는 과학자들의 시대 초월성과 열정에도 경의를 표한다. 그는 “(학문적) 선배에게는 매우 조심스러웠던 개념이 다음 세대에선 자연스럽게 통용되고, 이를 토대로 다음 단계로 조심스럽게 나아가는 현상은 그 당시나 지금이나 변함없이 과학이 움직이는 모습”이라고 말한다. 또 이 같은 역동성이 현대 과학의 발전을 이끌 것이라고 확신한다.

이미아 기자 mi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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