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생물학자 에드워드 윌슨은 ‘바이오필리아(biophillia)’라는 개념을 통해 인간의 마음과 유전자에 자연에 대한 애착과 회귀 본능이 내재해 있다고 주장했다. 바이오필리아 이론의 계승자인 오스트리아 출신의 생태학자 클레멘스 아르베이(Clemens Arvay)가 최근 독일에서 출간한 《이전보다 더 나아질 수 있다(Wir knnen es besser)》는 코로나19 위기의 근본적인 원인과 해결책을 제시해 주목받고 있다.
저자는 “인간은 자연으로부터 멀어지면 아프게 되고, 자연과 가까워지면 건강해진다”고 주장한다. 자연과 생태계를 파괴하며 생명과 순환의 원리를 무시하는 도시화가 결국 인간의 몸과 마음을 병들게 했고, 세계적인 유행병이 창궐하기에 좋은 환경을 조성했다.
저자에 따르면 코로나19가 전 세계적인 유행병이 될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환경적인 요인’ 때문이었다. 지속적인 환경 파괴가 닫혀 있던 바이러스의 빗장을 열어젖혔고, 활짝 열린 문을 통해 바이러스가 걷잡을 수 없이 확산했다. 코로나19는 환경 파괴로 인해 나타나는 다양한 증상 가운데 하나일 뿐이다. 코로나19뿐만 아니라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와 같은 다양한 미립자 물질이 감염을 일으키고, 이로 인해 매년 수십만 명이 사망하고 있다. 인공조명에 의한 빛 공해로 암 발생률이 급격하게 증가하고, 도심을 가득 채운 자동차가 일으키는 매연과 타이어 마모로 인해 발생하는 미세먼지가 우리의 면역 체계를 위협한다.
저자는 환경 의학과 생태 의학 관점에서 부정적인 환경 요인이 공중 보건의 직접적인 위협이 되는 이유를 조목조목 입증한다. 지금의 코로나 위기가 지난 세기 현대 인류의 행동과 생각을 혁명적으로 되돌아볼 수 있는 최고의 기회라고 주장한다.
코로나 위기가 끝나더라도 모든 것이 다시 이전처럼 돌아가서는 안 된다. 도심 숲, 녹색 쉼터, 자연친화적 공간 디자인 등 인간의 육체와 정신 건강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공간을 늘려야 한다. 인류를 괴롭히고 있는 심각한 만성질환을 몰아내고, 활력을 잃은 사람에게 생물학적 젊음을 되찾아줄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역설한다. 바이오필리아 본능을 회복하자는 것이다.
라이프스타일 변화의 중요성도 강조한다. 덜 글로벌하고, 덜 산업화된 삶의 방식을 통해 우리는 더 나은 삶을 추구할 수 있다. 스스로 생명을 지키기 위해, 면역 체계를 강화하기 위해, 늘 건강하고 평화로운 일상을 유지하기 위해, 이제부터라도 우리를 둘러싼 자연환경을 함께 돌봐야만 한다.
홍순철 < BC에이전시 대표·북칼럼니스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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