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기업규제 3법과 관련한 여야 인사들의 발언이다. 코로나19 사태로 겨우 숨만 쉬며 버티고 있는 기업인들에게는 너무 잔인한 평가다. 이들 발언이 보도된 순간 대한민국 모든 기업인의, 정치권에 대한 일말의 기대조차 무너졌다. 공정거래위원장도 찬성한 현대자동차그룹의 지주사 전환을 무산시키고,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회사 곳간을 모두 털어서라도 10조원을 배당하라던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매니지먼트의 횡포를 벌써 잊었단 말인가? ‘3%룰’과 ‘감사위원 분리선출’의 결합은 이런 투기자본의 횡포 앞에 우리 기업의 손발을 묶어놓는 것이다. 이것이 과연 공정한 것인가?
우선, 기업규제 3법의 논의 배경인 ‘경제민주화’에 대해 알아보자. 1987년 헌법 개정 당시 헌법개정안기초소위원회 위원장이었던 현경대 전 국회의원은 그의 저서 《신헌법》에서 헌법 제119조 제2항의 ‘경제의 민주화’가 규정된 배경에 대해 “경제활동 주체와 관련해 민간주도 경제의 지향”이라고 밝히고 있다. ‘경제민주화’란 1987년 당시 정치민주화가 주권을 국민에게 이양했듯 산업의 주도권도 민간에 넘겨줘야 한다는 의미의 민주화였던 것이다. 그것이 후대에 오독돼 오늘의 경제민주화가 됐으니 참 기막힌 변종의 출현이 아닐 수 없다.
기업들이 바라는 것은 기업 관련 규제를 글로벌 스탠더드만큼만이라도 해달라는 것이다. 어느 여당 의원은 글로벌 스탠더드라며 집중투표제도 의무화를 주장하지만 이 제도는 러시아, 사우디아라비아에서만 시행되고 있을 뿐이다. 기존 3%룰이라는 대주주 의결권 제한에 더해 기업규제 3법에서 도입하려는 감사위원 분리선출과 소수주주권 완화 내용은 전 세계 어디에도 없는 신종 규제이거나, 일부 사례에 불과하다.
경제위기 극복과 발전을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기업가 정신이 보호돼야 한다. 기업은 위험을 무릅쓰는 기업가 정신이 핵심동력이다. 사업기회를 포착하면 빠르고 과감한 결정을 통해 창조적 파괴라는 모험에 나선다. 수십조원의 반도체 공장 투자, 수소전기차 생산라인 전환을 결정하는 회의에 오로지 주가차익만 추구하는 헤지펀드 측의 인물이 참석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상상이다. 건전한 견제라는 미명하에 감사위원 분리선출을 통해 그들에게 이사회의 문을 열어주겠다는 생각은 기업에 대한 이해가 전무한 몽상가의 이상에 지나지 않는다.
멀쩡한 기업이 하루아침에 사라지는 글로벌 경쟁 상황에서 기업을 새로운 제도의 실험대상으로 해서는 안 된다. 기업은 실험실용 복제동물이 아니다. 기업은 한 번 죽으면 수천수만 명이 길거리에 버려질 수 있는 엄연한 법적 인격체다. 선거 때는 “기업이 살아야 경제가 살아난다”고 외치다가, 선거 후에는 아무렇지도 않게 기업을 버리는 악순환이 반복되지 않기를 바란다.
위대한 개츠비는 말했다. “누군가를 비판하고 싶을 때는 이 점을 기억해 두는 게 좋을 거다. 세상의 모든 사람이 다 너처럼 유리한 입장에 서 있지 않다는 것을.” 기업 규제의 칼을 휘두르려거든 단 하루만이라도 기업인의 신발을 신고 그 칼날 위를 걸어보라. 정치권이 기업인의 어려움을 반영하는 정책들을 만들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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