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해외 관광비행' 특별 운항허가와 관련해 관계부처 협의를 시작한 것으로 확인됐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8일 "여행·항공업계 요청에 따라 국내에서 출발해 해외 상공을 선회하고 돌아오는 국외 관광비행과 관련해 관계부처와 협의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최근 일본, 중국 등 동북아 지역을 중심으로 관광비행 목적의 특별 운항허가 신청이 늘어난 데 따른 조치라는 설명이다.
관광비행은 비행기를 타고 유람하듯 상공에만 머물다 돌아오는 여행상품이다. 특정 국가나 도시에 착륙하지 않고 출발지로 다시 돌아와 '목적지 없는 비행' '가상출국여행'으로 불린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해외여행이 어려워지면서 등장한 관광비행은 대만과 일본, 호주에서 신드롬급 열풍을 일으켰다. 국내는 지난달 하나투어와 아시아나항공이 인천공항을 출발해 강릉과 포항, 김해, 제주 상공을 선회하는 관광비행 상품을 처음으로 내놨다.
정부는 해외 관광비행에 대한 운항승인에 앞서 탑승객 출입국 심사와 검역, 면세점 이용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한다는 계획이다. 국내 상공을 벗어나는 관광비행은 항공운송법상 국제노선에 해당돼 출입국 심사와 검역 대상에 포함되기 때문이다. 출국 전 코로나19 음성확인을 포함해 입국 시 검역절차 등 별도의 방역 기준이 마련되어야 한다는 게 정부의 판단이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해외 관광비행은 이전 참고 사례가 없어 항공운송법, 출입국관리법, 관세법, 검역 및 방역 등을 입체적으로 따져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해외 관광비행 운항승인과 관련해 최종 결론이 나오기까지 시간이 걸릴 수 있다는 신중한 입장이다. 하지만 법무부와 질병관리청 등 일부 부처가 지난달부터 관련 검토를 시작한 만큼 조기 마무리 가능성도 있다. 업계에선 이르면 다음달부터 해외 관광비행 상품 운영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법무부는 지난달 중순부터 관광비행 관련 내부 법리 검토에 들어간 상태다. 질병관리청은 관계부처 협의를 전제로 "해당 국가에 실제 입국하지 않는 관광비행은 2주간 자가격리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해석을 내놨었다. 관세청도 코로나 사태로 직격탄을 맞은 면세점 업계를 위해 전향적인 입장에서 방안을 찾을 것으로 업계는 예상하고 있다.
관광비행으로 분위기 반전을 노리는 여행·항공업계의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해외 관광비행에 앞서 국내 코스로 분위기를 선점하려는 시도가 잇따르고 있다.
제주항공은 이달 23일 인천공항에서 출발해 군산, 광주, 여수, 김해, 대구, 포항 상공을 하트모양으로 선회하고 귀항하는 관광비행 상품을 내놨다. 에어부산도 이달 30일 항공의 날을 맞아 부산에서 출발해 강원과 서울, 제주 상공을 2시간 가량 선회하는 상품을 선보였다. 하나투어와 국내 첫 관광비행 상품을 선보인 아시아나항공은 동일 코스로 이달 31일, 다음달 1일 한번 더 국내 관광비행을 진행한다. 대한항공도 여행사와 함께 국내외 관광비행 상품 출시를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선우 기자 seonwoo.lee@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