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마포구 아현동 ‘마포래미안푸르지오’ 4단지 전용면적 84㎡는 지난달 초 15억9000만원 ‘급매’ 가격에 손바뀜했다. 8월 말 17억1500만원 신고가를 쓴 지 채 1주일도 안 돼 1억원 넘게 떨어졌다. 반면 같은 달 2단지 전용 59㎡와 전용 114㎡는 각각 14억6000만원, 19억2000만원에 거래되며 연달아 신고가를 경신했다. 3단지 전용 145㎡도 20억원 최고가를 썼다. 아현동 M공인 관계자는 “급매 거래 소식에 가격이 내렸는지 문의가 많지만 남은 물건은 호가가 직전 고가 수준이거나 오히려 더 높다”고 말했다.
한 단지에서 ‘급매’와 ‘신고가’가 동시에 나오는 등 서울 아파트시장이 혼조세를 보이고 있다. 세 부담이 커진 다주택자와 법인이 급매를 내놓고 있지만, ‘똘똘한 한 채’를 사려는 수요도 여전해 나타나는 현상으로 풀이된다.
서울 서초구 반포동 ‘래미안퍼스티지’ 전용 84㎡는 지난 8월 17일 32억원에 거래되며 신고가를 썼지만 지난달 이뤄진 3건의 거래는 각각 31억5000만원(5일), 30억1000만원(12일), 29억6000만원(23일) 등에 계약서를 써 하락세를 보였다. 송파구 신천동 ‘파크리오’ 전용 84㎡도 8월 20억4600만원에 신고가를 경신했다가 지난달 8일 18억7000만원에 손바뀜해 1억7600만원 떨어졌다.
강동구 상일동 ‘고덕아르테온’ 전용 84㎡는 8월 17억원에서 최근 14억7000만원으로 실거래 가격이 하락했다. 구로구 신도림동 ‘SK뷰’ 전용 84㎡는 지난달 25일 9억원에 거래됐다. 지난 7월 9억4900만원 신고가에 비해 4900만원 낮은 가격이다.
반대로 신고가를 지속적으로 경신하는 단지들도 있다. 강남구 개포동 재건축 단지인 ‘개포주공 5·6·7단지’는 9월에 이뤄진 10건의 거래 중 8건이 신고가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강남구 압구정동 ‘신현대 7차’ 전용 152㎡는 지난달 42억원에 손바뀜해 직전 거래인 6월(34억8000만원) 대비 7억원이 넘게 뛰었다. 성동구 행당동 ‘서울숲리버뷰자이’ 전용 84㎡도 지난달 19일 17억2000만원에 거래돼 1주일 만에 1억2000만원이 올랐다.
상대적으로 중저가 단지가 많아 3040세대의 매수가 활발한 ‘노도강’(노원·도봉·강북구)도 계속 강세다. 노원구 상계동 ‘상계주공 7단지’ 전용 79㎡는 지난달 16일 10억4500만원에 손바뀜하며 상계주공에서 처음으로 10억원을 넘겼다. 도봉구 창동 ‘창동주공3단지’ 전용 58㎡는 지난달 18일 신고가인 7억1800만원에 팔렸다.
법인은 내년 초부터 주택 양도차익에 대해 부과되는 기본 법인세율(10~25%)에 더해 추가 과세되는 세율이 기존의 10%에서 20%로 오른다. 이승현 진진세무회계법인 대표는 “다주택자와 법인이 내년 상반기까지 시장에 내놓는 매물이 무주택자나 1주택 갈아타기 등 실수요자에게 넘어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이들이 내놓는 급매가 전반적인 아파트 가격 하락을 주도하지는 못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늘어난 세금을 부담할 능력이 있거나 집값이 더 오를 것이라고 믿는 대다수 집주인이 가격을 쉽게 내리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또 급매를 받아가는 실수요가 여전히 탄탄하다. 전셋값이 급등하면서 매매로 돌아선 수요도 적지 않다. 저금리 기조가 계속되면서 유동성이 넘치고 있는데, 3기 신도시 토지보상금까지 풀리면 부동산시장에 유입되는 자금이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3기 신도시 사전청약 등 공급대책이 발표됐지만 가점이 낮거나 특별공급 대상이 되지 않는 수요가 여전히 시장에 남아 매수세를 유지할 것”이라고 했다. 권일 부동산인포 리서치팀장도 “금리가 갑자기 대폭 인상되거나 금융위기 등 외부충격이 없는 한 서울 아파트 가격이 하락하기는 쉽지 않다”며 “당분간 강보합을 유지할 것”으로 전망했다.
신연수 기자 sy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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