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서울시와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서울에는 총 네 곳의 수소 충전소가 있는데 상암동과 양재동에선 운영이 중단됐고 현재 두 곳만 운영되고 있다. 상징적인 성격의 여의도 국회대로변 충전소를 제외하면 그나마 올해 GS칼텍스와 현대차가 상일동에 공동 구축한 ‘H 강동 수소충전소’뿐이다.
서울시의 수소차 누적 보급 목표가 올해 말까지 1850대라는 점을 고려하면 한참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수소차 차주들은 부족한 충전소를 효율적으로 이용하기 위해 오픈 채팅방을 만들어 충전소 이용 상황을 실시간으로 공유하고 있다. 충전소에 차량이 한꺼번에 몰리면 오랜 시간 기다려야 하기 때문이다.
서울시는 이 같은 불편을 해소하기 위해 2022년까지 수소 충전소를 15곳 이상으로 늘리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2025년까지 시·구·산하기관의 공용차 중 경유차를 전기차나 수소차 등 친환경차로 교체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그런데도 서울시의 충전소 확대 계획이 속도를 내지 못하는 것은 충전소를 세울 부지를 찾지 못해서다. 우선 서울 도심에는 수소 충전소 설립이 거의 불가능하다. 수소를 실어 나를 수소튜브트레일러가 도심으로 진입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서울지방경찰청 도로교통고시’는 서울시청 반경 10㎞ 이내에 수소를 운반하는 대형 탱크로리의 운행을 24시간 내내 제한하고 있다.
아파트 등 공동주택과 철도경계선, 학교 등과의 이격거리 기준을 동시에 만족시키는 부지를 찾는 일도 쉽지 않다. 특히 ‘교육환경 보호에 관한 법률’에 따라 학교 경계로부터 200m까지 설정된 상대보호구역을 피하기 힘들다. 상대보호구역에는 지역위원회의 심의를 통과해야 수소 충전소를 지을 수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서울에 셀 수도 없이 많은 유치원, 초·중·고교, 대학교 담벼락을 기준으로 직선거리 200m까지 원을 그리면 남는 곳이 있겠느냐”며 “수소 충전소 설치 확대를 위해선 상대보호구역 내 금지 대상 시설에서 수소 충전소를 제외해야 한다”고 말했다.
어렵게 부지를 확보해도 넘어야 할 산은 또 있다. 수소 충전소 사업자는 ‘고압가스 안전관리법’에 따라 고압가스 판매허가권을 쥐고 있는 자치구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 부지 확보보다 자치구 동의를 받는 게 더 어려운 일이라는 얘기가 나온다. 주민들이 혐오 시설로 인식해 충전소 건립을 반대하면 자치단체장이 ‘표심’을 거스르면서까지 허가를 내주기 어려워서다.
실제로 지난해 서울시는 강남구 일원동의 탄천 물재생센터에 부지를 확보하고 수소 충전소 건립을 추진했다. 그러나 강남구가 사업 허가를 내주지 않아 사실상 무산됐다. 서울시가 현대차로부터 기부받은 양재동 수소충전소도 연구용에서 상업용으로 전환해 시민들에게 개방할 예정이지만 서초구가 허가를 내주지 않아 문을 열지 못하고 있다.
박종관 기자 pj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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