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전통시장 내 청년몰 조성과 청년상인 입점 사업에 3년간 454억원을 쏟아부었지만 전체 지원 점포 594개 가운데 41%인 245개가 휴·폐업 등으로 문을 닫은 것으로 나타났다. 사업 경험 및 성공 가능성 등을 엄격히 따져보지 않고 무분별하게 예산을 지원한 데다 창업 교육에도 소홀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9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이주환 국민의힘 의원이 입수한 ‘청년몰 현황 자료’에 따르면 중소벤처기업부는 2017년부터 지난해까지 총 454억6000만원의 예산을 들여 전통시장 내 35개 청년몰을 조성하고 594개 점포를 입점시켰다. 이 가운데 지난 8월 말 현재 245개가 문을 닫아 청년상인의 생존율은 59%에 그쳤다. 휴·폐업 점포 중 65%인 160개가 음식점이었다.
지역별로 보면 서울에선 이화여대 앞 스타트업 상점가 내 음식점, 공방 등 13개 점포가 폐업했다. 부산에선 국제시장 내 돈가스, 만두전문점, 커피숍 등 14개, 서면시장 내에선 6개 점포가 영업을 그만뒀다. 경기 수원 영동시장, 경북 구미 선산봉황시장과 경주 북부상가시장, 전남 여수시장 등에서도 청년상인들의 폐업이 속출했다. 수도권 청년몰에서 음식점을 하는 한 점주는 “신메뉴 개발을 포기하고 손님도 끊겨 정부 지원만 바라보는 청년상인도 상당하다”며 “폐업 통계에 잡히지 않았을 뿐 폐업한 거나 마찬가지인 점포도 많다”고 전했다.
정부는 청년 일자리를 마련하고 전통시장도 살리자는 취지에서 2016년부터 청년몰 조성사업을 하고 있다. 전통시장 내 일정 구역에 만 19~39세 청년 점포 20곳 이상을 입점시키는 사업이다. 전통시장 내 빈 공간을 청년들에게 임대해 장사 길을 열어주는 ‘청년상인’ 사업도 함께 시행하고 있다. 이들 청년 가게에는 임차료로 3.3㎡당 월 11만원씩 24개월까지 지원한다. 점포 운영 기반 조성에 최대 300만원, 3.3㎡당 100만원 한도의 인테리어 비용 등도 지원하고 있다.
하지만 일정 기간이 지나 임차료 등 정부 지원이 끊기면서 차별화된 경쟁력이 없는 점포부터 문을 닫고 있다는 분석이다. 청년상인 지원 사업이 선발부터 후속 관리까지 졸속으로 운영되고, 제대로 된 상권 분석 없이 실적 채우기 식으로 이뤄지면서 휴·폐업이 잇따르고 있다는 지적이다. 사업 초기 청년상인 선발을 개별 시장의 청년사업단에 일임하고, 신청 서류와 한 차례 면접만으로 입점 점포를 뽑은 것도 패착으로 꼽힌다.
정부는 뒤늦게 대응책 마련에 나섰다. 올해부터 신규 점포 개설 지원은 가급적 지양하고 청년상인들의 경쟁력을 높이는 데 주력하기로 했다. 올해 청년몰은 4개만 조성하고, 점포 입점은 70개만 골라 지원하기로 했다. 작년 실적(청년몰 9개 조성, 135개 점포 입점 지원)의 절반 수준이다. 실패율이 높은 단순생계형 업종은 피하고 새로운 상품 및 서비스 중심 전문몰 형태의 ‘혁신형 청년몰’을 조성하기로 했다.
안대규 기자 powerzanic@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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